이야기 속의 독자 - 움베르토 에코 / 김운찬 역 ▪ Books


[하버드에서 한 문학강의]를 읽을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 문제였나봅니다. 이 책은 심심풀이로 읽을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네요. (물론 저의 이해력과 기본 소양이 부족한 것일 수도) 텍스트 기호학의 본격적인 학술 서적이고 전문 용어들과 생소한 레퍼런스들이 난무하는 등 기호학의 기본적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서술되어있습니다. 물론 꾸역꾸역 밀어넣다 보니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충 알긴 하겠는데, 어렵네요. 공부가 되는 독서라고 해도 자기 지식/인식 기반을 기준으로 한 두 계단 위의 것을 읽어야 공부가 될텐데 이건 네 다섯 계단쯤 위에 있는 세계라, 계단 모서리에 살짝 넘쳐나있는 지식의 실루엣만 슬쩍 보고 마는 듯한 느낌입니다.

예의 [하버드~강의]에서 언급된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텍스트라는 모호한 기호를 던지고 받아내는 과정 속에 어떤 방식으로 세계가 구축되고 이야기가 전달이 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이해함으로서 좀 더 좋은 작가, 혹은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들, 완벽한 세계의 구축, 그리고 독자 해석의 자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쩌면 [장미의 이름]은 기호학자로서 기호학 이론의 예시로 구축해낸 샘플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독서 습관중에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니다 싶은 책을 던져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재미가 없거나 읽을 가치를 못느끼는 경우, 혹은 이번 경우처럼 기초지식이 부족해 무슨 소리인지 영 모르겠는 경우 텍스트를 머릿속에 밀어넣는 것보다 다른 책을 펼치는 것이 기회비용을 고려해볼 때 영리한 선택일텐데, 그걸 아는데, 실행에 옮기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다 읽어내기는 했는데, 열탕 싸우나 오래 참기를 마친 듯한 기분은...-.-;;
[일반 기호학 이론]을 일독 하고 다시 읽어보든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1996년 [소설 속의 독자]를 마니아 컬렉션으로 다시 출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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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elloFan 2010/08/11 00:33 # 답글

    저의 추천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 입니다. 기호학의 시작은 언어학이었고, 그 언어학(기호학)의 근대적 출발점은 소쉬르의 일반 언아학 강의가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학교 다낼때 교수님의 강요로 10번 넘게 읽고, 각 챕터별로 교수님과 1:1 토의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고마웠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 캠브리지대학 언어학/기호학 박사님께 1:1 로 기호학을 배웠으니까요.
  • bonjo 2010/08/11 09:28 #

    후후 숙제를 내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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