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숲을 여행하다 - 김재기 ▪ Books


철학과 교수라는 직함의 저자, "인문학의 눈으로 바라본 여행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 뭔가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사실 이 책을 이웃 블로거 Valentine님의 블로그를 통해 소개받고는 뭔가 철학적이고 골치아픈(?) 내용을 상상했습니다. 여행으로부터 한발짝 떨어져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 정도 되는 사유를 하는 뭐 그런 정도 말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술술 읽혀지는 내용에 지루할 틈이 없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멋진 사진들로, 예상에서 좀 벗어나버린 독서를 했네요. 오래 씹어야 하는 딱딱한 음식일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름진 진수성찬이었다고나 할까요... ^^;;;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책입니다. 여행이란 무엇이고 왜 여행을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어떤 태도로 여행을 해야 하는가 등등. 철학과 교수이자 왕성한 여행가인 저자는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적절히 섞어가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글은 쉽게 술술 읽히는 편이고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것도 고상한 철학적 내용들 보다는 누구나 상식선에서 납득할만한, 그러나 소중히 간직해야 할 이야기들이며, 실제적 조언들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아 물론 그 지침이라는 것이 항공권은 어떻게 구하고 어떤 숙소에 묵고 따위의 지침은 아닙니다. 여행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행에 임할까 하는 류이죠.

원래 혼자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소심한 면이 많은 인간인지라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훌훌 떠나버리는 성격은 못됩니다. 잘 아는 곳을 반복해 방문하는 성격이랄까요. 그나마 있던 소심한 방랑벽(?)조차 결혼 후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거세된 셈인데, 언젠가 받은 심리 테스트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군요"라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내는 "어 돌아다니는거 별로 안좋아하는데..."라며 황당해하고, 저는 "맞다, 나 여행 좋아하지..."하고 자각을 했을 정도랄까요. 아무튼 그때 심리 테스트를 해주셨던 그 분 덕에 "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라며 살고있습니다.

[여행의 숲을 여행하다]에서 보여주는 여행은 제가 엄두를 낼 수 없는 종류의 여행들인지라 남의 이야기 어깨너머로 훔쳐보듯 한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어디로 다시 훌훌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봤자 전에 가본 곳 근처겠지만 말이죠.

애들 시험 보고 나면 휴가 전에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휘 다녀와야겠습니다.





덧글

  • 그라피 2010/07/01 09:00 # 삭제 답글

    저 사진 실력이 예전 같지 안으싶니다 ㅎㅎㅎ 책상도 좀 닦아 주시고 농담이구요^^
    이태리를 너무 가고 싶어요 ㅠㅠ 이태리 정말 예술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동문수학하는 이태리 친구한테 너희나라 어디를 가야 최고냐? 라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는 여기 살다 보니 호주는 좀 재미없어요 - -; 오밀조밀한 유럽이 가고파요..독일도 너무 멋지더라구요 ;;
  • bonjo 2010/07/01 13:04 #

    자기 나라는 늘 보니 어디가 좋은지 모를 경우가 많지 않나요.
    한국서 어디보면 될까 누가 물어보면 저도 말 못합니다. ㅋㅋㅋㅋ

    목사님 홈피에 보니 국립공원들 자연이 죽이던데 계시는 동안 호주의 자연을 만끽하삼.
    독일에는 두번 가봤는데, 그냥 동네가 다 2차 세계대전이나 첩보영화 세트장같아요;;;;
  • 그라피 2010/07/01 09:01 # 삭제 답글

    http://www.pc-speaker.com/zboard/zboard.php?id=gallery 요기 가셔서 유럽여행기 한번 보세요 사진도 좋고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게시물입니다
  • bonjo 2010/07/01 13:05 #

    오우 사진 멋집니다.
  • 그라피 2010/07/03 23:01 # 삭제 답글

    음냐 여기 자연은 그냥 동네 공원자체도 대자연이라 - -; 암튼 만끽하라고 하시니 만끽은 하겠습니다만...7일 잡을 언제나 벗어날련지 ㅠㅠ
  • bonjo 2010/07/04 17:06 #

    뭐 멀리 가서 자고와야 여행인가요.
    부인 손 꼬옥 잡고 공원에서 캔커피 한모금 마셔도 호주 여행입니다.
    거기 요즘은 추워서 안되시겠구나...-.-;;
  • 여름 2010/07/04 12:42 # 답글

    여행.
    용팔이에게 꼬여 신혼여행전 산 미놀타 자동카메라에 찍힌
    비내린 여름 새벽의 남쪽 쌍계사입구 젊은 부부가 생각나네요.
    애 낳고 난다음부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 되었다는 불평까지...
  • bonjo 2010/07/04 17:09 #

    비내린 여름 새벽 쌍계사라니 말 자체로도 운치있고 멋진걸요.
    아이 더 크면 점점 더 어려워질걸요. 관광이라도 가능할 떄 열심히 다니셔요~
  • 荊軻 2010/07/04 15:08 # 삭제 답글

    소설가 김연수씨가 쓴 [여행할 권리]라는 책도 여행에대한 짤막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는데 꽤 맘에 와 닿는 글이 많더군요.
  • bonjo 2010/07/04 17:06 #

    오- 읽어보겠음.
  • gershom 2010/07/05 19:00 # 답글

    아.. 요 책 땡기는군요..
    감사합니다..
  • bonjo 2010/07/05 23:22 #

    예상치 못한 내용에 마음에 헛바람만 잔뜩 들어가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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