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 김선형, 권진아 역 ▪ Books



처음 이 요상한 제목을 접했을 때에는 정말로 '안내서', 즉 천체 과학에 관한 입문서 정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영화로 제작된 포스터를 보고 아니구나 했던 것은 재미있는 기억이랄까요. 아무튼 이 요상한 제목의 SF 코미디 소설은 다섯 권 짜리 시리즈물이며, 다섯 권을 하나로 묶어 엄청난 크기로 출판된 판본도 존재합니다. 이 책을 구입하기 전 [나니아 연대기]를 합본으로 샀다가 그 엄청난 무게와 부피에 개시조차 하지 못하며 학습된 덕에 [안내서]는 구판 낱권으로 구입했습니다. 낱권짜리가 들고 읽기는 좋았는데 책 디자인은 영 아니군요...-.-;;;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아서 덴트라는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이 몇몇 우주인+지구인과 함께 우주 곳곳을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밑도끝도 없는 코미디입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존재하지만 코미디에 파묻혀 기승전결 따위는 어찌되는 상관없는 그런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충 다른 생각을 하면서 몇 페이지를 넘겨도 다음 장면에서 낄낄대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그런 독서가 가능한 책입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인데, 주인공들이 만나게 되는 별들, 우주인들, 그들의 이름, 그들과 만나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마치 "아침에 빵이 없어 시리얼을 먹었습니다" 수준의 담담함으로 묘사됩니다. 어쩌면 그게 끊임없이 등장하는 말장난들 보다 더 웃겨요...-.-;

우스개이지만, 이 책에는 양자역학에 의한 시공간 여행, 평행우주 등 실제 물리학에 기반한 표현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시공간 여행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낄낄거리며 연출됩니다. 지구가 펑 하고 철거된다든가, 옆 우주로 갔더니 터지지 않았다든가하는 식의 이야기가 그냥 자연스럽습니다.

3권까지 읽고 나서 이런 내용으로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거야? 싶은 생각에 -DAUM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 받아봤는데, 원작에는 없는-혹은 중요하지 않은-기승전결을 억지로 만들다보니 원작과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별 관계없는 내용이 되어버렸네요. 어쩌면 원작과 다른 영화의 뒤죽박죽이야말로 원작의 우주관을 잘 반영한 것일런지도...-.-;;;

다섯 권을 한번에 읽을 자신이 없어 다른 책들을 읽으며 사이사이에 끼워 읽었더니 다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4월 초에 1권을 읽기 시작했으니 두 달이 걸렸네요.

작가는 2001년에 고인이 되었고, 다른 작가를 공모하여 후속작인 6권이 출판되어있다고 합니다.





덧글

  • sunjoy 2010/06/04 07:04 # 삭제 답글

    이 영화를 보고 그 4차원 개그에 적응이 안 되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는데.. 원작소설은 한술 더 뜨는 모양이네요.
  • bonjo 2010/06/04 09:30 #

    소설을 먼저 보셨으면 영화 보는데 난감 까지는 안가셨을 것 같아요. 소설을 중간에 덮고 영화도 안보게 되거나;; 소설과는 좀 다르네 낄낄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
  • 젊은미소 2010/06/04 09:11 # 답글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영국식 드라이한 유머 감각에 익숙해지면 말이죠. ^^;; 전 영화도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특히 자포트 역할의 그 새미 헤이거 닮은 배우의 썩은 미소가 젤로 웃겼다는.
  • bonjo 2010/06/04 09:31 #

    그 영국식 유머에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어요^^;;; 책을 다 덮고 나니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네요. 읽는 당시에는 그냥 낄낄거리기만 했는데 나름 여운이 깁니다. 특히 마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아 그리고 영화에서 자포드 머리가 밑에 달려있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던 같은데...-.-;
  • silent man 2010/06/05 00:26 # 삭제 답글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늘어 놓는 게 참 재밌죠. ㅎㅎ
    SF를 빙자해 지금 우리네 사회에 날리는 조소와 냉소도 맘에 들구요.

    참 재밌게 읽었던지라 이글루스를 쓸 땐 히치하이커를 익네임으로 쓰기도 했더랬습니다. : )
  • bonjo 2010/06/05 02:31 #

    그러게요 히치하이커 님이셨는데. ^^
    초입부분의 관료주의 풍자나 도마뱀을 뽑는 멍청한 유권자 비꼬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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