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Purple 공연 후기 20100518 ▪ etc.

Dio 옹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역시 예매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eep Purple 맴버들도 이제 60줄로 접어든지 오래라 Ian Gillan과 Roger Glover는 60대 중반입니다. 제일 어린(?) Steve Morse도 미국 나이로 56세시네요.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가들 같으면 더 오래오래 연주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음악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프닝은 무려 Highway Star 였는데, 사실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워낙 신보 없이 뜬굼없이 치러지는 월드투어인지라 뭘로 오프닝을 할까 궁금했는데 첫방부터 몹시 쎘습니다. 공연은 올드 넘버와 Steve Morse Era의 곡들을 간간이 섞으며 진행되었는데, 확실히 공연장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곡은 귀에 익고 리듬이 쉬운 올드 넘버들이었습니다. SME의 곡들은 멋들어지긴 해도 리프 구조가 복잡해 "신나는"에는 부합하지 않죠.

공연에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우선 첫번째는 이언 길런 옹의 보컬이었습니다. 월드투어에 지친 것인지 아니면 이제 연세가 그리 되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만, 확실히 Banana Tour 때와 비교할 때 힘이 많이 딸림을 느꼈습니다. 목소리가 터져나오질 않아 보컬 볼륨이 들쑥날쑥하고 여러 부분에서 음이 올라가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아오~ 사운드 엔지니어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일반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면 한두 곡은 포기해야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초반 사운드가 좀 너무했습니다. 앞의 너댓곡이 지나도록 악기 소리들이 제대로 들리질 않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Banana Tour 때도 사운드 잡히는게 좀 더뎠던 것 같은데 사운드 엔지니어가 그때와 같은 인간인건지...-.-;;;
그리고 살짝 덤으로(?) 아쉬웠던 것은, 하몬드 올겐의 음색과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비슷해서 관중들이 무척 열심히들 악악거리는데 공연장 분위기가 그리 달아오른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는 것...^^;;;

올드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령대의 관객들도 무척 많았던 것이 놀라왔고 공연장 분위기도 상당했습니다. 10대 20대 때 Deep Purple에 푹 빠졌었을 중년 부부 관객들도 무척 많았고, '제 상식으로는 이색적이었던 것'은 쟤네가 Deep Purple은 어떻게 알지? 싶을 정도의 젊은 여자들끼리 온 팀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입니다. 신나게 노는 것을 보면 어디서 표 주워서 온 것은 절대 아니던데 말이죠...-.-;; 그저 연륜만큼이나 팬층이 두텁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는걸까요. ^^

그리고 조명이 무척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전부터 조명 콘솔 앞에 앉은 아자씨께서 남다른 포스를 풍기더니 공연 내내 아주 순발력 넘치고 황홀한 조명쇼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주 많은 공연을 접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공연중에서는 단연 으뜸 조명이었습니다.

공연 전에는 Deep Purple과 동년배 밴드들의 음악이 BGM으로 장내에 흘렀는데, 공연 직전에는 Black Sabbath의 Heaven And Hell이 흘러나왔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일부러 선곡한 것이라면 참 센스쟁이죠? 그리고 Steve Morse가 공연중 을 하는 장난(?)으로 다른 밴드들의 유명 리프를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있는데 오늘은 Man On The Silver Mountain의 인트로를 연주하더군요. 당장에라도 Dio가 마이크 잡고 뛰어나올 것 같아 울컥 했습니다. - 그 전에 한곡을 더 연주했는데, 그당시엔 못알아들었;;;;는데 LLRR님에 의하면 Rainbow In The Dark였다고 합니다. 되짚어보니 확실히 그랬네요. 원래 리프를 그대로 연주한게 아니라 보컬라인+기타 코드코드로 연주를 해서 못알아들었지 뭡니까...-.-;;

Dio옹의 소식과 Deep Purple의 공연을 보고나니, 다른 연로하신 아티스트들도 더 늦기 전에 방한하여 주십사 하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Ozzy 옹도 신보 나오면 함 와주시고, 백사 옹도 일본만 가지 마시고 한국도 한번 들러주세요.






덧글

  • LLRR 2010/05/19 01:15 # 답글

    일단 처음 Heaven and hell로 알찬 시작을...ㅎ

    Dio 추모곡으로 Rainbow In The Dark가 처음 들려왔을 때,
    혼자 미친듯이 Dio~! 하고 외쳤는데 그 때는 아직 반응이 잠잠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Man On The Silver Mountain에 들어와서야 함성이 들린 것 같은데..
    정작 저는 주변 함성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못들었습니다...

    선배 분 말씀으로는
    키보드 솔로에서 돈 에어리가 Mr. Crowley 인트로를 쳤을 때도 반응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저에게는 Made In Japan과 같은 명반을 만들어 낼 수 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두눈과 두귀로 충분히 확인했던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로저 글러버의 피크 잡았습니다!!

  • bonjo 2010/05/19 09:23 #

    아 그게 Rainbow in the dark였군요;;; 저도 못알아들었습니다....-.-;;;
    Mr Crowley는 너무 짧게 가서 반응할 타이밍이 없었어요. ^^;;;;
    아리랑은 마치 디워의 앤딩을 보는 듯 했지요 ㅋㅋㅋ

    오우! 로저글로버 피크!!!! 자리가 앞쪽이셨나봐요.
    저는 바나나 투어 때 받은게 있어요 ^^
  • sunjoy 2010/05/19 02:20 # 삭제 답글

    디오 트리뷰트 세리모니가 있었군요! 센스쟁이들 같으니라구~
  • bonjo 2010/05/19 09:24 #

    그쵸.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왔달까요.
  • 여름 2010/05/19 02:37 # 답글

    역시 빠르고 정직한 후기를 기대하고 귀가했는데 역시 본조님이십니다.^^
    방금 Focus님과 다이고로님과의 뒷풀이 회동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새벽 두시반이네요.
    후기에 적으신 것과 같은 맥락의 공연뒷담화를 듣고 왔습니다.
    디오빠로서 딥퍼플과 그 스탭 동지들의 헌정을 현장에서 보지 못한게 아쉽네요.
    저.....
    로니제임스디오의 소천으로 너무 허탈합니다.
  • bonjo 2010/05/19 09:30 #

    어휴 달리셨군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Deep Purple이라는 이름값에는 걸맞는 세련된 공연이었습니다. 뭐 연세 드셨어도 딥퍼플은 딥퍼플이고 The Songs Remain The Same이니까요 ^^
  • 다이고로 2010/05/19 10:41 # 삭제 답글

    제 옆에 아저씨는 공연전 흥분을 달릴 길 없으셨는지 한 잔 하고 오셨더군요.
    땀냄새에 술냄새로 좀 쩔어준 공연장의 추억이었습니다. 히히..

    쓰신 댓글중 -아리랑은 마치 디워의 앤딩을 보는 듯 했지요 ㅋㅋㅋ-
    125% 공감 찍고 갑니다. 다음 공연장에선 꼭 꾸벅 인사 드리겠습니당!

  • bonjo 2010/05/19 10:59 #

    공연장 관객들이 참 이색적이었어요. 조카부터 작은아버지 나이대까지;
    뭐 좀 더 지나면 저도 그 연령대로 접어듭니다만...-.-;;;;
  • focus 2010/05/19 14:32 # 답글

    올림픽홀은 처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좀 지루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돌아왔습니다..
  • bonjo 2010/05/19 14:41 #

    아쉽기도 하고,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고향 계신 어르신 뵙고 온 느낌이랄까요...-.-;;;
  • gershom 2010/05/21 19:42 # 답글

    블랙모어 할배는 언제쯤 오실까요..ㅜㅜ
  • bonjo 2010/05/23 22:36 #

    오신다고 해도 Blackmore's Nights...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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