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 가설 - 존 더비셔 / 박병철 역 ▪ Books



이 책은 베른하르트 리만이라는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한-수학자가 1859년 발표한 논문중 언급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좌충우돌(?)을 기록한 책입니다. "제타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모든 근들은 실수부가 1/2이다"라는 간단하면서도 뭔소리인지 알기 어려운 이 가설은 비교적 유명한 난제인 "페르마의 정리"보다도 수학자들을 더 오래도록 괴롭히고 있으며, 지금도 누구 하나 이 가설이 참일지 거짓일지 추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리무중입니다.(이 책이 쓰여졌을 때까지의 상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리만 이후로 수백건의 논문들이 "리만의 가설이 참이라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작성되어있는 상태라 만에 하나 리만 가설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수학계에 대 격변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책은 홀수 짝수부로 나뉘어 홀수부는 수식을 동원한 설명을, 짝수부는 리만 이후로 이 연구가 어떤 사람들의 손에 의해 어떻게 연구되어왔는지 여러 에피소드들을 곁들여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아예 서문에 수식에 약한 독자들은 짝수부만 읽어도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할 만큼 짝수부의 이야기들만으로도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홀수부도 아주 친절하게 기록된 편인데, 가능한한 복잡한 수식을 동원하지 않고, 간단한 정의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나갑니다. 그러나 리만의 가설 자체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식이 현기증 나도록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무엇보다도 딱떨어지는 답을 구하는 수학만 배워온 대한민국 수학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입장에서는 해가 비슷한 함수들로 이리저리 옮겨타는 모양새는 어질어질할 정도네요...-.-;; 결국 90% 지점쯤에서는 집중력이 급속도로 저하되어 가늘게 이어오던 이해의 끈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역자는 우연인지 필연이지 지난번 재미나게 읽었던 [우주의 구조]를 번역했던 박병철 씨인데, 이쪽(?) 책들을 번역에는 꽤나 정평있는 실력자인 듯 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이라고 해도 좋은 번역이 아니고서는 그 "쉽게 풀어 쓴"것이 무색해질 수도있을텐데 번역된 문장들이 아주 쉽고 이해가 잘 됩니다. [우주의 구조] 백업으로 읽으려 구입한 [평행우주]도 박병철 씨 번역이군요. ^^

책을 읽어내려가며 든 생각은 대한민국 학교 현장의 수학 학습이 얼마나 수학적 사고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구구단 외우기로 시작해 각종 함수와 해법을 달달 외우고 거기에 수를 대입해 딱 떨어지는 답을 구하는 연습만 해온 머리는 잘 해봐야 시험성적 잘 뽑아내는 고급 계산기일 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수학'을 할 수 있는 상상력과 응용력은 갖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과-공돌이- 출신임에도 수학을 무척 싫어했는데, 학창시절 역학 수업을 들으며 이론부에서는 재미있다가도 수식만 나오면 숨이 턱턱 막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슨 생각으로 구입했는지 모르게 접하게 된 책입니다. 어디선가 서평을 읽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입했으며, 또 놀랍게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네요.





덧글

  • sunjoy 2010/05/07 13:31 # 삭제 답글

    저는 인문돌이 출신이라 수학과는 안 좋은 기억이 많은고로... 이런 책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거짓말이 믿기지 않습니다 ^^;
  • bonjo 2010/05/07 14:25 #

    음,,,,제 거짓말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 2010/05/11 13:1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onjo 2010/05/11 13:26 #

    저도 그 기사 보고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
    그사람이 증명한 것은 리만 가설은 아니고 '푸앵카레 가설'이라네요. 내용은 뭔지 모름...-.-;;
  • 하얀알약 2012/05/18 20:42 # 삭제 답글

    저도 저런 부류의 책을 본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특징이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나중에는 멘붕이 오기 시작합니다 ㅋㅋㅋ

    공대생이라서 수학하고 빨리 친해져야 하는데

    여전히 어려운 존재인듯합니다
  • bonjo 2012/05/21 16:52 #

    수학자의 수학과 공돌이의 수학은 전혀 다른 영역인 것같습니다.
    공돌이는 그저 이용만 잘 하면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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