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들어 Jeff Beck을 필두로 '최초'로 내한하는 베테랑 아티스트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 오늘은 아일랜드의 기타 영웅! 기타 크레이지! Gary Moore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Still Got The Blues] 앨범 이후로 블루스맨으로 변신하여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Still Got The Blues]를 발매한지 딱 20년이로군요. 어쩌면 이번 투어에 [Still Got The Blues] 곡이 많은 것도 그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Gary Moore가 좀 더 쇼비즈니스에 밝은 사람이라면 아예 공연 명을 [Still Got The Blues 발매 20주년 기념 투어!] 정도로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오랜 팬들에게 있어 Gary Moore는 여전히 Rocker이고 Guitar Crazy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공연 셋리스트가 나오기 전에는 은근히 블루스 공연이 아닌 락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그런 생각은 저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이건 뭐 그냥 락이예요. 블루스의 탈을 쓴 하드락. -목소리건 기타건- 힘이 넘쳐나 어찌할 수 없이 튀어오르는 카랑카랑한 음들은, 템포가 좀 빠른 곡은 그냥 대놓고 락, 제대로 된 느린 세박자 리듬의 블루스도 락 발라드로 만들어버립니다. 예전에 BB King이 Gary Moore의 음악에 대해 그가 하는 것은 블루스가 아니다 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락입니다.
첫곡 Pretty Woman을 연주했을 때는 딱 앨범 수록 길이로 연주를 해버려서 어라 이런 분위기면 공연 한시간도 안걸릴텐데? 했는데, 웜업용 곡이었을 뿐, 공연 내내 끝없이 흘러나오는 기타 솔로에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대체적으로 [Still Got The Blues] 수록곡들은 앨범 포맷대로 가고 나머지 곡들에 즉흥(?) 연주들을 길게 잡아 넣은 것 같습니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Still Got The Blues'와 'Parisienne Walkways'였습니다. 관람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분위기가 차분한 편이었는데, 이 두 곡을 연주할 때는 그냥 연주장이 홀랑 뒤집어지더군요...-.-;;; 공연 전에 천안함 추모곡을 한 곡 하겠다는 기사가 나왔었는데 따로 곡을 준비한 것이 아니고 Still Got The Blues를 연주하기 전에 짧게 맨트를 넣는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The Sky Is Crying'정도 해주었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Gary Moore는 기타톤이 예쁜 것으로도 이름난 기타리스트입니다만, 라이브로 확인한 기타 음색은 정말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음반에 아무리 이쁘게 녹음된 기타 음색이라도 라이브로 들으면 그 음색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경우가 드문데 Gary Moore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 똘망똘망하고 예쁜 음색이 그대로, 더 똘망똘망하게 살아있더군요. 아마도 음색을 만들어내는 매커니즘 자체가 이팩터 등의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화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손의 강한 힘이 한음한음 느껴질 정도였고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는 볼륨노브, 그리고 피드백 포지션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완전 아날로그적인 톤 컨트롤인 것이죠. 예전에 인터뷰 기사에서 '기타 음색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그냥 앰프에 꽂고 치는 거죠'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대답하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그의 페달 보드를 본 적이 없으니-모르긴 몰라도 실제 거의 '엠프에 꽂고 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Gary Moore의 기타 톤은 그 자체로 인간문화재 감입니다;;;
무대에서 Gary Moore의 존재감은 좀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는데, 나머지 밴드맨들은 거의 있으나 마나한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기타가 몰고가고 나머지 밴드맨들은 들러리조차 아주 제한된 면적밖에 차지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좀 심했던 것은 공연 끝나고 소개는 커녕 인사도 안시키더라는...-.-;;;
경력 40년이 넘은 베테랑 연주자이면서도 관중을 이끌고 가는 면에서는 뭔가 몹시 어설픈 면을 보여준 것은 좀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곡(심지어는 첫곡 마저도)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 곡은 ~~~입니다'라는 멘트로 꼬박꼬박 흐름을 깨고;;; 압권(?)이었던 것은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이 두 곡 있었는데,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면서 "쫌있다 다시 나올게요" 라는 멘트를...-.-;;;; 관객들은 저게 Intermission으로 잠시 쉬겠다는 건지 본공연이 끝났으니 앵콜을 외치라는 소리인지 좀 벙벙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나마 셋리스트를 예습하고 간 사람들이 앵콜 사인을 보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거기서 공연이 끝났을지도요...(설마;;;)
좀 따분한 분위기의 블루스 공연이 되면 어쩔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모든 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Jeff Beck의 공연에 이어 '거장의 공연은 닥치고 관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오는 길에는 이웃 블로거 여름님을 만나 덕분에 편하게 귀가를 했네요. 여름님 감사했습니다. ^^
Still Got The Blues
그의 오랜 팬들에게 있어 Gary Moore는 여전히 Rocker이고 Guitar Crazy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공연 셋리스트가 나오기 전에는 은근히 블루스 공연이 아닌 락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그런 생각은 저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이건 뭐 그냥 락이예요. 블루스의 탈을 쓴 하드락. -목소리건 기타건- 힘이 넘쳐나 어찌할 수 없이 튀어오르는 카랑카랑한 음들은, 템포가 좀 빠른 곡은 그냥 대놓고 락, 제대로 된 느린 세박자 리듬의 블루스도 락 발라드로 만들어버립니다. 예전에 BB King이 Gary Moore의 음악에 대해 그가 하는 것은 블루스가 아니다 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락입니다.
첫곡 Pretty Woman을 연주했을 때는 딱 앨범 수록 길이로 연주를 해버려서 어라 이런 분위기면 공연 한시간도 안걸릴텐데? 했는데, 웜업용 곡이었을 뿐, 공연 내내 끝없이 흘러나오는 기타 솔로에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대체적으로 [Still Got The Blues] 수록곡들은 앨범 포맷대로 가고 나머지 곡들에 즉흥(?) 연주들을 길게 잡아 넣은 것 같습니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Still Got The Blues'와 'Parisienne Walkways'였습니다. 관람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분위기가 차분한 편이었는데, 이 두 곡을 연주할 때는 그냥 연주장이 홀랑 뒤집어지더군요...-.-;;; 공연 전에 천안함 추모곡을 한 곡 하겠다는 기사가 나왔었는데 따로 곡을 준비한 것이 아니고 Still Got The Blues를 연주하기 전에 짧게 맨트를 넣는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The Sky Is Crying'정도 해주었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Gary Moore는 기타톤이 예쁜 것으로도 이름난 기타리스트입니다만, 라이브로 확인한 기타 음색은 정말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음반에 아무리 이쁘게 녹음된 기타 음색이라도 라이브로 들으면 그 음색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경우가 드문데 Gary Moore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 똘망똘망하고 예쁜 음색이 그대로, 더 똘망똘망하게 살아있더군요. 아마도 음색을 만들어내는 매커니즘 자체가 이팩터 등의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단순화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손의 강한 힘이 한음한음 느껴질 정도였고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는 볼륨노브, 그리고 피드백 포지션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완전 아날로그적인 톤 컨트롤인 것이죠. 예전에 인터뷰 기사에서 '기타 음색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그냥 앰프에 꽂고 치는 거죠'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대답하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그의 페달 보드를 본 적이 없으니-모르긴 몰라도 실제 거의 '엠프에 꽂고 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Gary Moore의 기타 톤은 그 자체로 인간문화재 감입니다;;;
무대에서 Gary Moore의 존재감은 좀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는데, 나머지 밴드맨들은 거의 있으나 마나한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기타가 몰고가고 나머지 밴드맨들은 들러리조차 아주 제한된 면적밖에 차지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좀 심했던 것은 공연 끝나고 소개는 커녕 인사도 안시키더라는...-.-;;;
경력 40년이 넘은 베테랑 연주자이면서도 관중을 이끌고 가는 면에서는 뭔가 몹시 어설픈 면을 보여준 것은 좀 의아하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곡(심지어는 첫곡 마저도)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 곡은 ~~~입니다'라는 멘트로 꼬박꼬박 흐름을 깨고;;; 압권(?)이었던 것은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이 두 곡 있었는데,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면서 "쫌있다 다시 나올게요" 라는 멘트를...-.-;;;; 관객들은 저게 Intermission으로 잠시 쉬겠다는 건지 본공연이 끝났으니 앵콜을 외치라는 소리인지 좀 벙벙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나마 셋리스트를 예습하고 간 사람들이 앵콜 사인을 보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거기서 공연이 끝났을지도요...(설마;;;)
좀 따분한 분위기의 블루스 공연이 되면 어쩔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모든 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Jeff Beck의 공연에 이어 '거장의 공연은 닥치고 관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오는 길에는 이웃 블로거 여름님을 만나 덕분에 편하게 귀가를 했네요. 여름님 감사했습니다. ^^
Still Got The Blues
덧글
여름 2010/05/01 09:01 # 답글
가장 under rated된 기타리스트중에 하나라는 말이
게리에겐 양날의 검과 같은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어제의 공연은 속시원한 기타버투소와의 조우로 저에겐 최고였습니다.
bonjo 2010/05/01 14:35 #
일본쪽 공연후기를 뒤지다 보니 이런 글이 있네요.
そして、来年のRock Setでの来日予定はすごくうれしいです。
(그리고), 내년의 락 세트 내일 예정은 무척 기쁩니다.
예전의 락 레파토리 셋 리스트로 일본 공연이 예정되어있나 봅니다.
부디 한국도 동일 내용으로 들러주길...^^
젊은미소 2010/05/01 12:37 # 답글
bonjo 2010/05/01 14:36 #
sunjoy 2010/05/02 14:03 # 삭제 답글
스틸 갓더 블루스는 참 훌륭한 '락' 앨범이었더랬죠. 저는 이 양반 예전 레퍼토리 중에 Spanish Guitar 를 참 좋아하는데... 그 곡은 안 했겠지요? 하긴 그건 아무래도 필리뇻 목소리로 들어야 어울리는지라...
bonjo 2010/05/02 17:04 #
Still Got The Blues 앨범 이전 곡은 Parisienne Walkways 한 곡 뿐이었습니다. ^^
荊軻 2010/05/03 00:47 # 삭제 답글
bonjo 2010/05/03 09:20 #
2010/05/03 00:5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bonjo 2010/05/03 09:21 #
focus 2010/05/03 14:49 # 답글
아쉽습니다..;;
bonjo 2010/05/03 17:05 #
일본쪽 공연 후기를 보다보니, 내년에 Rock으로 공연이 예정되었다는 언급이 있더라고요. 그게 사실이고 한국에도 들른다면 그때는 꼭...^^
gershom 2010/05/05 22:25 # 답글
내년에 록음악을 연주하시러 온다면 열 일 제쳐두고 가야죠..
corridors of power 앨범 연주 공연이라면 정말 좋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블루스를 참 좋아하는데..
블루스 연주하는 게리무어는 아직까지 낯서네요..
bonjo 2010/05/06 00:08 #
이양반은 뼛속까지 락커구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