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한 '익숙한' 요소 외에 이 앨범의 미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속주 기타 앨범들 중에서 유난히 헤비함이 강조된 점입니다. 속주 기타는 그 속성 자체가 고음에 촘촘히 박혀있는 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헤비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쉬운데, Pat Torpey와 Chuck Wright 리듬 콤비가 앨범의 분위기를 거칠고 육중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Graham Bonnet의 묵직함이 더해지고요.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락 팬들과 기타 키드들을 열광하게 만들며, 속주원조 Yngwie Malmsteen과 Chris Impellitteri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마치 마징가랑 로봇 태권V의 대결을 연상케 하는 말싸움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Chris Impellitteri 본인은 이 앨범을 몹시 못마땅해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래는 일본 음악잡지의 인터뷰 기사에서 [Stand In Line] 앨범에 대해 언급한 부분입니다.
(Paul Gilbert가 [Stand In Line]을 칭찬하자)
"'제발, 하나님... 모든 사람들이 그 앨범의 존재를 잊도록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너는 그 앨범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고 대답을 듣는 것 같네요."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80년대는 나에게 힘든 시기였어요. 이곳(LA)에 와서밥(Bob Rock)랍(Rob Rock)과 데모테입을 녹음하고, [Impellitteri](87)를 우리들끼리 제작했는데, 내가 기타를 얼만큼이나 칠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확인받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런데, 나는 파티만 좇아다니는 놈이 되어 버렸지요. 마약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자신을 망가트렸어요. 정확히 그 때, Graham과 함께 밴드를 시작했지만,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모르는 채 매일 클럽을 들락거렸어요. 곡을 쓰는 뮤지션에서 아무 의미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거죠. 정말이예요. 점점 더 혼 란스러워졌어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아까 폴은 좋게 이야기 해주었지만,(웃음) [Stand in Line]같은 작품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많이 공부한 시기였다고 할까..., 자문자답을 했어요. "넌 반 헤일런이나 잉베이 맘스틴처럼 될래, 아니면 머틀리 크루나 포이즌의 뒤를 이을래?"라고 말이죠. 헤어스프레이를 사러 갈 것인가, 기타를 갈고 닦을 것인가 하는 고민. 그렇게 고민하던 것이 나의 80 년대예요."
(Young Guitar 2000년 2월호 중)
그뿐 아니라 YouTube에 그 시기의 라이브 동영상이 올라오는 것 조차 용납하지 못한다니*, 이 앨범이 어지간히도 싫은 듯 합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을 아티스트 본인은 가장 못마땅해한다니 말입니다. 어쩌면 Impellitteri가 추구하는 음악과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의 거리가 그가 잠시 망가지면서(?) 좁혀졌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반 대중들 귀에는 잘 계산되어 정교하게 촘촘히 박힌 음들 보다는 쉬운 멜로디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 잘 들어오니 말이죠.
Stand In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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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ellitteri has submitted copyright claims to YouTube for postings of live footage from this era."
http://en.wikipedia.org/wiki/Impellitteri
덧글
LLRR 2010/04/15 12:22 # 답글
그 당시의 고뇌가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군요.
bonjo 2010/04/15 12:28 #
저 인터뷰 읽기 전에는 뭔가 과잉된 표정과 포즈의 사진들 떄문에;; 임펠리테리에 대해 성격이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성격도 좋고 말도 조리있게 잘하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더군요.
CelloFan 2010/04/15 14:22 # 답글
bonjo 2010/04/15 14:43 #
그래도 임펠리테리 아는 사람 절반 이상은 그 곡 덕분일걸.
Mr Big에게는 To Be With You가, Extreme에게는 More Than Words가,
Impellitteri에게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있는거임.
widow7 2010/04/15 15:20 # 삭제 답글
bonjo 2010/04/15 15:26 #
갑자기 밥 락을 언급하셔서 으잉? 했더니 본문에 랍 락을 밥 락으로 썼네요;;; 인용한 인터뷰도 10년 쯤 전에 제가 번역한건데 그때 실수한게 수정되지도 않고 저리 돌아다니나 봅니다. 아이고 챙피해라...-.-;;;;
여름 2010/04/15 18:03 # 답글
바로 꺼내 들으며 아이와 좋아했었는데...
bonjo 2010/04/15 18:15 #
focus 2010/04/16 13:25 # 답글
최신음반을 통해 이제 득도한거 같아서 무지 좋습니다..^^
bonjo 2010/04/16 13:45 #
랜디리 2010/04/16 21:59 # 답글
bonjo 2010/04/16 22:36 #
silent man 2010/04/19 21:42 # 삭제 답글
본인은 이거 무쟈게 싫어한다는 인토뷰는 저도 예전에 봤는데(녹음이 구려서 맘에 안드는 점도 있다고 했던 듯), 그렇다곤 해도 듣는 입장에선 첫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는 음반이기도 하죠. : )
bonjo 2010/04/19 23:44 #
본인이 뭐라 해도 팬들 입장에서는 이 앨범이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