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 움베르토 에코,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 이세욱 역 ▪ Books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랙션] 중 한권 이지만 이 책만큼은 움베르토 에코 단독 저작이 아니라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과의 공동 저작입니다. 원래는 잡지에 기고된 글로 네 가지 주제에 관하여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카톨릭 사제)의 입장에서 토론을 하는 내용입니다. 1. 종말론, 2. 생명의 기원, 3. 남녀 평등, 4. 윤리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서신을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이 됩니다. 1, 2, 3번 주제를 움베르토 에코가 발제하고 마르티니 추기경이 답변하며 4번 주제는 마르티니 주교가 질문을 던집니다. 보통 단회성 문답으로 이루어지는 토론의 경우 답변을 하는 사람이 유리한 편이라 움베르토 에코가 불리한 것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번째 서신에서 불만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
네 가지 주제에 관한 내용은 차분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공방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해답(?)을 찾으려는 대화이지요.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의견이 오고 갑니다.

책을 읽으며 주제 외에 든 생각이 크게 두 가지 인데, 한가지는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태도'와, 또 한가지는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어쩔 수 없는 '간극'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성경을 인용하여 언급할 때 움베르토 에코 정도 되는 명석한 사람이 저 부분을 어떻게 저렇게 이해했을까 싶은 부분들이 발견됩니다. 이것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차원이 아니라 성경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의 차이에서 야기되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종교라는 것은 논리나 이성을 뛰어넘는 부분을 품고있고 그 믿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유무가 경전의 한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순간 그 결론을 하늘과 땅 사이로 벌려놓기도 합니다. 그것은 어느 한 쪽이 바보이거나 엄청난 천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움베르토 에코 스스로 서신 중에 스물 두 살까지 카톨릭 교육을 받은 기독교인이었고 그 영향으로 지금도 반 기독교인에 가깝다고 고백을 하는 만큼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완전한 무신론자만큼의 큰 간극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 성경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네요.

마르티니 추기경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교황 후보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개혁파 사제로군요. 저작 활동도 활발하며 국내 번역된 책들도 다수 있습니다.

이 책은 원래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것인데,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랙션]으로 재출판 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니아 컬랙션으로 재출판되면서 제목이 바뀐 경우가 이 책 외에도 여러권 있네요. 저처럼 전질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분이 아니라면 구입하실 때 겹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글

  • James 2010/04/05 22:14 # 답글

    그 제목 변환이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원제로 되돌리기 위함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자라면 실망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요즘 기호학 발표 때문에 에코의 여러 책들을 도서관에서 대출했습니다. 정말 큰 맘 먹고 이 전집을 다 사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입니다.


  • bonjo 2010/04/05 22:21 #

    [In cosa crede chi non crede?]가 원제라는데, 이탈리아어는 까막눈이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절대로 아닐 것 같지 않습니까? ^^;;;;;

    전집 중에도 기호학 책들이 있는데 사실 좀 무서워요...-.-;;
    기호학이라니 학문 이름조차 생소하니 말이죠.
  • James 2010/04/05 22:31 #

    저는 소쉬르 관련 내용만 보려고 빌렸는데, 아무래도 조금 겹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책 내용이 거의 논문 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
  • bonjo 2010/04/06 09:50 #

    일단은 뒷순위로 미뤄두었습니다...^^;;;
  • valentine 2010/04/07 14:45 # 삭제

    벌써 세권째 이신가요?
    In cosa crede chi non crede? 를 직역하면,
    '무엇을 믿는것에 누구는 믿지 않는다?' 로 번역 된다고 합니다.
    원래 제목이 더 정확한 번역 인 듯합니다.
  • bonjo 2010/04/07 15:00 #

    crede가 믿는다인가봅니다 두 번 나오는 거 보니. ^^;

    네 권째입니다.
    32권 예정이라는데 언제 다 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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