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스토크라는 인구 50만의 거대한 빌딩, 그 빌딩은 자체로 하나의 도시이자 국가입니다. 빡빡한 시스템에 부동산 가격이 높아 살기 어려운 곳이지만 주변국(?)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이곳에서 펼쳐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단편으로 모은 이야기입니다.
대놓고 이 빌딩은 무엇의 상징이다 라고 표현하지 않지만 책을 읽다보면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 빈스토크는 2010년의 대한민국이기도 하고, 서울이기도 하고, 부자들이 모여사는 강남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 도시 빈스토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죠. 아 이건 이 이야기구나 하는 직설적인 우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멀리 떼어놓을 수 없는 현실감이 지배합니다. 수평주의자와 수직주의자들의 정치적 대립, 네트웍의 엄청난 힘, 시청앞 시위대와 경찰 용역의 지리한 대치, 음험한 권력구조,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모든 것을 날려버리려는 듯한 테러 시도까지.
여섯 개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한가지 주제로 집중되지는 못합니다만, 빈스토크라는 빡빡한 가상공간-혹은 대한민국/서울/강남이라는 현실공간-과 그 속에 살아가는 악의 없는 개인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평들을 통해 '위트와 재치가 넘쳐나는 SF소설'일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위트와 재치가 있지만 그것이 주된 정서는 아니고 근미래의 이야기이지만 SF는 아닙니다. 모든 예상을 벗어난 독서였지만 무척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이걸 즐겁다고 표현을 할 수 있을까도 싶습니다만, 우리 자신의 모습을 객체화시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것은 묘한 재미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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