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 친위 / 이영화, 송철규 역 ▪ Books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에서 파생된 독서입니다. 맹자 시대에 나라들을 지배했던 사상은 법가, 그리고 맹자에게 걸림돌이 되었던 사상이 법가와 묵자. 라고 언급되어있었습니다. 법가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민들을 이해利害로 지배하는, 마치 2010년 대한민국을 보는 듯한 실리적 정치체계로 이해됐습니다만, 묵자에 대한 설명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추구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봐서는 사회주의의 원시적 모델스럽기도 하고 겸애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종교적인 모습마저 보여주었습니다.
궁금한 김에 책을 골라본 것이 중국 학자 친위의 저작입니다. 제대로 보려 치면 기세춘 선생의 저작을 보는 것이 적당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양이 너무 방대하고(936쪽) 값도 비싸(45000원) 호기심 채우기 용으로는 너무 과하다 판단했습니다.;;;

친위의 저작은 전해져 내려오는 묵자를 그대로 담고있지 않고 나름의 주제를 정해 '실천', '인간관계', '인재관리', '공부', '삶의 기술', '선택', '만족'의 주제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읽어 내려가기에는 이편이 나았을 것이라 자위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편역본에 비해 저자의 생각이 많이 개입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찜찜한 면이 없지않습니다. 각 주제장은 묵자 본문의 구절을 해석하고 해설하는 두세 페이지의 작은 단락으로 나누어져있어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습니다.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동원하는 비유 등이 딱 아침편지 느낌이라 묵자를 읽는 건지 아침편지 모음집을 읽는 건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묵자의 사상은 그가 살던 시대를 생각하면 과격한 혁명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전쟁을 일으켜 이익을 챙기는 세태에 비공(공격하지 않음)을 주장하고, 실제 여러 나라들의 전쟁을 방해하며, 공자의 예법이 사상을 지배하던 시대에 지나친 장례&제사 형식은 백성을 고단케 한다는 주장은 맹자로 하여금 '부모도 임금도 없는 짐승의 사상'이라 반발하게 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단순한 비폭력이나 무례가 아닌, 모든 이를 사랑함으로서 평화를 이루고 모두 행복해지는 이상 사회를 꿈꾸는 종교에 가까운 숭고함이 있습니다. 실제로 묵자는 그렇게 공격하지 않고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의 근원으로 '악을 벌하고 선을 상주는 하늘'에 대한 경외를 꼽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묵자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점잖은 스승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옷자락을 걷어부치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행동가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묵자는 제자들에게까지도 거추장스러운 긴 상의를 입지 못하도록 했다고 하니 얼마나 행동적이고 실용적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묵자의 사상에 동의하지 못했던 맹자조차도 그의 사람됨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니 그의 삶의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덕화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일본 만화 [묵공]을 보면 유덕화가 분했던 묵가의 제자가 자기와는 관련도 없는 작은 성을 대국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묵자의 가르침이나 그의 삶의 일화들을 보면 만화 속 이야기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묵자를 주제로 문익환 선생과 기세춘 선생이 서신을 통해 토론한 책인 [예수와 묵자]를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편역본으로 한권 더 읽어야 할지 고민중입니다.-기세춘 선생의 책은 여전히 엄두가 안납니다...-.-;;







덧글

  • CelloFan 2010/02/12 08:38 # 답글

    묵자는 참 재미있는 유형의 인물인 것 같은데, 아직 깊게 읽어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 bonjo 2010/02/12 10:42 #

    들여다보니 더 재미있는 인물이더라고.
  • gershom 2010/02/12 22:29 # 답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사상가들을 조명하는 책들이 꽤 많이 나오는군요.

    요즘 자동차 사고 후유증(?) 때문에
    멍~ 한 상태라 포스팅도 못하고 덧글도 못올리고 있습니다..
    설을 맞이해서 인사드리러 들렀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 bonjo 2010/02/15 21:09 #

    아이고 왠 자동차 사고가;;;

    gershom님 가정에 새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 grapy 2010/02/13 22:49 # 삭제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나님 은혜 충만한 가정 사랑하는 가정이 되시길
  • bonjo 2010/02/15 21:09 #

    감사해용. 그랖님. 어여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 荊軻 2010/02/16 12:30 # 삭제 답글

    묵자를 [협객]의 범위에 넣어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 bonjo 2010/02/16 12:36 #

    이 책에도 '협'에 관한 설명이 있어. 겸애가 곧 협이라는.
    비공을 주장하면서도 악은 싸워서 철저히 파괴하라는 과격한 면도...-.-;;;
  • valentine 2010/02/17 11:34 # 삭제 답글

    도덕경은 몇번 읽어 봤는데, 이 책은 구백 페이지가 넘어 상당히 부담되는 군요.. '생각의 좌표'는 덕분에 좋은 독서 되고 있습니다.
  • bonjo 2010/02/17 12:13 #

    아, 이 책은 400 페이지 정도입니다. 언급된 900페이지 짜리는 고르다 포기한 기세춘 선생의 책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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