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 이혜경 ▪ Books

맹자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어린시절 읽었던 만화 [맹꽁이서당]의 학동들이고;; 그 다음에 생각나는 것은 윤리 교과서에서 접한 아주 간단하고 단편적인, 출제경향에 맞추어진 지식 뿐입니다. 유학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든지 하는 식으로 부정적인, 혹은 제삿상에 절하는 고리타분한 이미지 뿐이지요.
너무나 익숙한 이름에 관해 너무나 생소한 독서를 했습니다. 맹자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성선설이나 인의예지가 결국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유학이란 것이 일반인들을 위한 예법이 아니라 정치 이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무식한 티는 다 내는군요;;)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가르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수업을 했는데 제가 딴짓을 한걸까요...-.-;;;

책의 대부분은 맹자의 학설과 사상을 맹자 본문을 인용하며 설명하는 것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형식과 제도가 아닌 내면의 덕을 길러 그것으로 자기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주변에 영향력을 미쳐 정치에 이르게 한다는 사상은 정치의 방법론을 넘어 혹독한 자기 수행을 요구하는 종교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이라는 부제에 관해서는 책의 끝부분에 50페이지 정도 할애하여 현 사회 분위기와 정치상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역사 속에서 어떤식으로 개념을 바꾸어왔고 어떤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동양사회에 있어서 "진정한" 보수란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주장합니다. 왕도정치, 즉 "도덕적인 지도자의 독재"를 설계한 맹자의 정치모델은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의민주주의에 맞다는 주장도 설득력있습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공화국이라도 결국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소수의 뽑힌 사람들이니 도덕적으로 완성된 지도자를 뽑아 그가 그 덕을 펼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죠. 그러려면 일단 그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 최소한 높은 덕을 알아보는 정도의 도덕성을 갖추어야겠는데, 국민들이 이익에 취해 살고 있으니...무한루틴이로군요. 하긴 맹자도 자신이 모실 군주를 찾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는 맹자의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동일하게 존중하는 대표자를 뽑는다면, 그 숫자가 조금씩이라도 늘어난다면, 모든 이가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사는, 맹자가 꿈꾸었던 이상적 사회가 단번에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가까와지지 않을까 합니다.

춘추전국시대. 법가가 지배하던 시대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와 복사판이라고 할만큼 닮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 속에서 도덕정치 왕도정치를 주장하던 맹자의 목소리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읽는 내내 지난 해 접했던 [유러피언 드림]이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소망하는 제도 혹은 사상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또 한가지는 현실에 발이 묶인 고정관념에서 해방시켜주었다는 쇼킹함에서 그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러피언 드림]은 진보 혹은 좌라 말하고 [맹자]는 보수 혹은 우라 하는데 그 두가지가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은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모양새로 결국 똑같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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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荊軻 2010/01/20 23:55 # 삭제 답글

    유학이 변질된 것은 [예학]에 기반을 둔 조선 후기의 양반들 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례를 버리고 오직 겉과 규모에만 정신을 쏟는 건 지금 우리 기독교의 모습과도 닿아있는 것 같고...가끔 고문번역본을 보다보면 정말 선현들의 지혜가 이렇게 컸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은 게 많습니다.
  • bonjo 2010/01/21 01:29 #

    기독교든 불교든 유교든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기보다 보이는 형식을 지키기에 몰두하는 것은 결국 그게 더 쉽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하나님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 교회에 십일조 내는 게 쉽고 덕을 쌓는 것보다 때 맞춰 제사 지내는 게 쉽고.
  • CelloFan 2010/01/21 10:29 #

    위시리스트 등록.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험하디 험하네요.
  • bonjo 2010/01/21 18:13 #

    맹자 읽고나니 묵자도 읽어야겠어.
  • 여름 2010/02/20 10:20 # 답글

    어려운 책을...
  • bonjo 2010/02/20 11:25 #

    저자가 쉽게 잘 풀어 썼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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