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평원의 도시들]입니다. 등장인물은 전작의 주인공들이었던 존 그래디 콜(모두 다 예쁜 말들)과 빌리 파햄(국경을 넘어)입니다. 이 둘은 상처로 가득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국경 근처의 어느목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존 그래디는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의 성품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고지식한 19살이고, 빌리 파햄은 [국경을 넘어]에서의 상처를 지운, 혹은 잊으려 노력하는 듯한 여유있고 유머러스한 20대가 되어있습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갈등 요소 없이 이 둘을 중심으로 한 카우보이들의 일상을 그려나갑니다. 그러면서 갈등의 씨앗을 슬그머니 존 그래디의 곁에 심고 그것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다 그것은 두 주인공을 벼랑 끝에 몰아세웁니다. 전작들이 그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책 전체를 통해 보여주었다면,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아주 짦은 시간에 터뜨려 독자를 정신없이 만들어버리네요.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며, 정의가 승리하고, 진실한 사랑이 결실을 맺는, 실제 세상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판타지 속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없어 한없이 허무하지만, 그만큼 사실적인 코맥 매카시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아름다운,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에필로그에서는 사건 종결 후 5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빌리 파햄의 노년을 보여주는데, 어느 여행자의 꿈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라 어리둥절한 분위기마저 있습니다만, 모든 허무와 죽음을 넘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줍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을 때는 잔뜩 긴장했었고, [국경을 넘어]에서는 절망감에 완전히 나가 떨어졌었는데,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그나마 이 에필로그를 통해 구원을 보았습니다.
아 이 충만감. 코맥 매카시가 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추앙받는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덧글
CelloFan 2010/01/05 21:49 # 답글
bonjo 2010/01/05 23:16 #
gershom 2010/01/05 23:12 # 답글
오랜만에 아주 센 작품 만났네요..
bonjo 2010/01/05 23:19 #
grapy 2010/01/07 11:52 # 삭제 답글
bonjo 2010/01/07 13:26 #
그러니까(?) 공부도 할 겸 도전해보삼...-.-;
여름 2010/01/07 14:55 # 답글
이러단 4월에나 책을 만질 수 있을텐데 답답합니다.
bonjo 2010/01/07 1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