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 김훈 ▪ Books

김훈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수 년 전 [칼의 노래]를 통해서였는데, 판타지가 아닌 이상 피할 수 없는 뻔한 결말와 그 결말을 향해 가는 우울한 문장들에 질려 반을 읽지 않고 덮어버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김훈의 글을 곱씹어 볼 겨를도 없었지만, 그 짜증날 정도로 우울했던 기분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문장이 아닐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자전거 여행2]의 리뷰를 읽고 전작인 [자전거 여행]부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한 줄로 주욱 이어지는 여행은 아닙니다. 하루키가 '마라톤을 하는 작가'인 것처럼, 김훈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작가'입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김훈이 발로 저어 다닌 짧은 여행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자전거로 다니며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 한 숨 돌리며 만난 사람들의 삶, 굽이굽이 길가에 강가에 산자락에 심겨져있는 역사 이야기들이 맛나게 버무려져있습니다. 이강빈이라는 사진작가의 사진들이 삽입되며 여행의 느낌을 더 짙게 만들어줍니다만 사진들은 과하지 않게 양념 수준으로 삽입되어있는 정도입니다.사람들의 이야기는 한없이 구수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없이 따스합니다. 머릿글에는 책속 여행을 함꼐한 자전거가 수명을 다해 새 자전거를 샀다고, 이 책을 팔아 자전거 할부를 값아야 한다고, 사람들아 책 좀 사주라, 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칼의 노래]에서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김훈의 문장들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했습니다만, [자전거 여행]에 담겨있는 문장들은 지극히짦고 간결하며 함축적이고 시적이기까지 합니다. 문장들이 토막토막 끊어져있을 뿐 아니라 문장간의 접속사를 찾아보기 힘든데 그 문장들이 모두 저절로 붙어 움직입니다. 한땀 한땀 김훈이 재봉질한 글들의 굽이를 돌 때마다 아, 잘 쓰여진 문장이란 것이 바로 이런것이로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숨이나 돌리자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아주 진한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기분이네요. 이거 어디라도 훌쩍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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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s n' music : 자전거 여행2 - 김훈 2010-01-27 23:29:04 #

    ... 김훈의 자전거 기행문 [자전거 여행]의 2권입니다. 연작이라고 할만큼 앞권과 비슷한 형식과 감성이 흐르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1권에서는 서울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역들을 둘러보고 ... more

덧글

  • gershom 2009/12/20 21:17 # 답글

    표지가 하드커버로 바뀌었군요..
    사진가 이름도 표시되어 있구요..
    사 놓고 책꽂이에 그냥 꽂혀 있는데..
    내일 출근할 때 들고 나가야 겠습니다..
  • bonjo 2009/12/21 10:02 #

    댓글 보고 이전 커버를 찾아봤는데,
    별로 읽고싶지 않게 생겼네요...-.-;;;
  • 그라피 2009/12/20 23:52 # 삭제 답글

    본조님 오늘 아주 슬픈일이 있었습니다 엉엉....한국에서 배송받은 이어폰을 저녁 청소하다 무릎에 걸려서 그만 줄이 끊어져 버렸어요 ㅠㅠ 슬슬 길이 드려 하던 넘이었는데 너무 슬퍼요....ㅠㅠ 이넘의 나라는 어째된게 이어폰 종류도 몇개 없고 왜이러는지..
    이로서 유비코 이어폰은 저와 인연이 안되나 봐요 한개는 한국에서 도둑 맞고 하나는 여기까지 와서 사망을 ㅠㅠ
  • bonjo 2009/12/21 10:03 #

    컹~ 조심하시지 않고;;;
    하나 공수해드릴까요?
  • 荊軻 2009/12/21 00:44 # 삭제 답글

    김훈씨의 글은 단문의 깊이가 어느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를 시사하는 글 같습니다. 부럽기만 하고 따라갈 수는 없는...
  • bonjo 2009/12/21 10:04 #

    그러게...
    자전거 여행2랑 다른 글들도 읽어봐야겠어.
  • CelloFan 2009/12/21 12:11 # 답글

    정말 칼의 노래의 그 우울함은 아직도 -_-; 그래서 그 이후로 김훈 책들은 정말 안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은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아야 겠군요!!!
  • bonjo 2009/12/21 12:25 #

    이 책 읽고서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블로그를 갔다가 김훈의 신작 [공무도하]의 리뷰를 봤는데, 기자적인 객관적 시선에 대한 불만스러움을 적어놓았더라고. 그렇기도 하겠다 싶기도 하면서 오히려 그러한 무심한 태도가 읽는이의 감성을 더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 책의 느낌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말이지...
  • 그라피 2009/12/22 00:17 # 삭제 답글

    아까 이어폰 사러 전자 매장에 갔다가..모노 이어폰이 9불..- -;;;들어보셨삼 모노 이어폰 ;;;그나마 눈에 들어온 이어폰 PX200 ;;100불이 넘어 가더군요..거참 한국보다 더 비싼게 이해도 안가고 환율도 더 높은 나라가 왜 이러는지 ;;2만원짜리 몇개 주문해서 소모품 으로 사용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책 소개글에 이어폰이라 ;;;;저도 칼의 노래 읽다가 조정의 당파싸움에 울화통이 터져서 책을 던져 버렸 ;;
  • bonjo 2009/12/22 09:20 #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산품 각격도 비싸고 선택 폭도 좁다고 들었습니다.
    아마존같은데서도 배송 정책이 따로 분류되더구만요.
    말하자면 도서산간지방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모노 두개 사서 양쪽으로 꼽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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