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x-Able - Steve Vai / 1984 ▪ CDs

거장 Steve Vai의 솔로 데뷔 앨범입니다. Frank Zappa의 밴드에서 경험을 쌓은 후 독립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며 자택 스튜디오에서 8트랙 릴데크로 녹음을 한 자체 제작 앨범이죠. 열악한 장비로 녹음한 앨범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Steve Vai의 앨범 정도의 퀄리티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운드는 빈약하고 공간감도 떨어지고 Frank Zappa의 영향인지 다분히 실험적인 작곡에는 최소한의 상업적인 의도도 결여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Steve Vai의 음악 이력에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Steve Vai의 음악 인생의 Overture에 해당하는 음반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솔로작업들은 물론 서포트했던 여러 밴드들의 음악속에 삽입된 Steve Vai 스러운 아이디어들이 [Flex-Able]에 모두 담겨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멜로디 아이디어부터 기괴한 주법들과 각종 장비를 이용한 장난들, 그리고 구성적인 아이디어 모두 이 앨범에 씨앗의 형태로 담겨져 있습니다.
'Attitude Song'을 제외하고는(그나마 이 곡도 이후의 라이브버젼들이 더 들을만하죠) 라이브 무대에서 들을 수 없는, 데뷔앨범 치고는 좀 쓸쓸한 앨범이지만, 이 앨범의 곡들이 씨앗이 되어 Steve Vai 하면 떠오르는 많은 곡들과 앨범들을 탄생시켰다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Alcatrazz의 앨범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못해 접하지 못했고, Dave Lee Roth의 솔로 데뷔앨범에서 한 방, Steve Vai의 명반 [Passion and Warfare]에서 또 한방을 맞은 후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더듬더듬 접하게 된 앨범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앨범 자체에 감탄을 하며 그 천재성을 칭찬하기도 합니다만, 저같이 귀가 얇팍한 사람에게는 가능성과 그 가능성이 결과물로 선보인 이후 앨범들과의 연결고리, 그 이상의 것은 들리지 않는군요. 그래도 흘러나오면 오홋 오홋을 연발하며 귀에 익은 멜로디와 주법들을 찾으며 음악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1984년에 발표된 [Flex-Able]은 모두 11트랙이고, 같은해 발표된 [Flex-Able Leftovers]라는 앨범이 또 있는데, CD 버전에는 오리지날 [Flex-Able]에 [Flex-Able Leftovers]에서 뽑은 네 트랙을 합쳐 모두 15트랙짜리 앨범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Steve Vai의 최근 행보를 보면, 뭔가 창작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은데, 최근의 트위터에 올린 메세지를 보니 새 음악을 위해 잠수선언(?)을 했더군요. 근사한 새 음악 들고 깜짝 놀래켜주시길.



Attitude Song






덧글

  • 젊은미소 2009/11/28 11:55 # 답글

    전 음질이나 녹음 상태 같은 것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예전에는 빽판을 카세트테입에 녹음해서 듣고 다녔는데 뭘~ 하는 ^^) 그런지 이 앨범 예전에 즐겨 들었습니다. Little Green Man이나 Lovers are Crazy, The Boy-Girl Song 등등. 본조님은 아무래도 The Attitude Song 쪽 취향이실 것 같습니다만.

    제가 바이 형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He doesn't take himself too seriously) 유머 감각이 있어서인데요, 이 앨범 보면 그런 장난기가 특유의 음악성과 잘 어울려서 장래 대성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값어치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Passion and Warfare 다음으로 좋아하는 바이 앨범이라는. ^^ 3위가 Fire Garden이고요.
  • bonjo 2009/11/28 12:32 #

    그러게요;;
    제가 녹음상태나 음향적 완성도에 귀가 얇은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다들 껌뻑 죽는 고전 작품들에도 귀를 잘 열지 못합니다...-.-;;

    FlexAble의 미덕은 확실히, 젊은미소님께서 말씀하신, 그 크게될 인물의 감각을 보여주는 떡잎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느 리뷰에 보니, 걸음마를 막 뗀 조카에게 이 앨범을 들려주었더니 집중해 들으며 깔깔거리고 웃었다고 하더군요. 어린 조카가 이해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Vai의 장난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겠죠. ^^
  • gershom 2009/11/28 22:30 # 답글

    아마 자신을 기타로 표현하는데는 일가견 있는 양반같아요..

    예전에..
    스티브 바이가 기타를 치지 않고 디자인이나 회화를 했었더라도
    보는 사람들은 (지금 그의 음악을 들을때의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 bonjo 2009/11/29 16:32 #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기타를 도구로 삼은 예술가라는 느낌 말이죠.
    실제로 Steve Vai의 곡들을 들어보면 기타를 연주하는 행위 보다는 그 너머의 것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요, 이 앨범만 해도 기타의 비중이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죠.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꽤나 종합적(?)인 느낌이 강하고 말입니다.
  • focus 2009/11/29 16:07 # 답글

    Steve Vai 는 항상 bonjo 님 글을 핑백해야하는군요...ㅎ
    처녀작이라 정을 붙이고 있습니다..^^
  • bonjo 2009/11/29 16:32 #

    그쵸? 처녀작이라는 독특한 소중함이. ^^
  • 여름 2009/11/30 10:18 # 답글

    오소독스한 면보단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연주가 당시엔 파격이었습니다.
    장난꾸러기.
    연세 더 드시기전에 거친 밴드활동을 다시 함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bonjo 2009/11/30 13:12 #

    그러게요 장난꾸러기. ^^
    새 앨범 구상에 들어갔다니 기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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