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쉽트루퍼스]와 [영원한 전쟁]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twinpix님께서 [노인의 전쟁]을 권해주셨습니다. 앞의 두 권을 모두 재미있게 읽은 터라 [노인의 전쟁]도 아주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먼 미래, 지구인들은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그 우주 개척은 지구상의 어떤 국가나 정치집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개척연맹이라는 독립된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며 지구인들을 수용하여 새로운 개척지에 정착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있습니다. 인구문제가 없는 선진국들의 경우 개척민으로 자원할 수 없으며 다만 75세가 되면 우주개척연맹의 군인으로 자원입대가 가능한데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로 어떤 군대를 구성하여 외계인들과 싸우는지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다시 젊게 해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에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노인들이 자원할 뿐이지요.
읽으며 어쩔 수 없이 [스타쉽트루퍼스], [영원한 전쟁]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SF라는 면에서, 앞의 두 작품은 월남전이 한창이던 60년대에 집필된 것이고 [노인의 전쟁]은 2000년대에 쓰여진 것이라 과학적 설정등에서 [노인의 전쟁]이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이 마법 세계를 꿈꾸는 것이 아닌이상 결국 현재의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나래를 펴는 것이니 말이죠. 군인의 인체를 강화한다든지 우주공간을 순식간에 이동한다든지 하는 전쟁 소설의 기본적 설정은 같습니다만 [노인의 전쟁]에서는 [스타쉽트루퍼스]가 저술되었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유전공학과 나노봇 개념으로 인체를 강화하고 도약 항법의 설명도 양자역학이니 타키온 입자니 하는 좀 더 구체적인 이론으로 설명을 합니다.
동일 포멧에 기술적 진보만 보여주었다면 [노인의 전쟁]은 그닥 매력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노인의 전쟁]의 가장 큰 매력은 자원입대하는 철저히 노인의 입장에 서서 베일에 가려진 우주개척연맹의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나가며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75세의 노인을 병사로 어떻게 이용한다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주인공이 그 답을 마주할 때까지 독자들도 모르는 상태로 감추어둔다는 것이죠. 그 외의 떡밥(?)들도 모두 설명하지 않고 차근차근 보여줌으로서 하나씩 경험(?)해가는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노인의 전쟁]을 읽다보면 [스타쉽 트루퍼스]나 [영원한 전쟁] 외에도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나 영화 [아일랜드]가 떠오릅니다. 앞의 두 소설이 소설을 통해 작가의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면 [노인의 전쟁]은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닥 그러한 면의 고민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개인적 고뇌는 [스타쉽 트루퍼스]보다는 [영원한 전쟁]쪽에 닮아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우주전쟁이라는 기본적 골격은 [스타쉽 트루퍼스]나 [영원한 전쟁]이 제공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고민거리는 [공각기동대]나 [아일랜드]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고민거리에 대해 더 낙관적 결론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분위기상의 차이를 보이지만 말이죠.
이야기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입니다. 특히나 초반부 75세 노인들의 농담따먹기 씬은 시트콤적인 분위기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공각기동대]의 고민에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을듯 합니다만, 오히려 비장하게 질문을 던져놓는 편보다 뭐 그런거 아니겠어? 하는 식의,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노인의 전쟁]과 스토리가 연결되는 소설들이 몇 권 더 있다고 하는데 국내 출간은 아직이로군요.
재미있는 책 권해주신 twinpix님 감사합니다. ^^
덧글
twinpix 2009/11/27 00:24 # 답글
bonjo 2009/11/27 09:40 #
荊軻 2009/11/27 13:23 # 삭제 답글
bonjo 2009/11/27 13:25 #
양치기 2009/11/27 20:12 # 답글
전 엔더의 게임을 먼저 읽었는데 그거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요..
엔더의 게임 추천해드릴게요
bonjo 2009/11/27 21:31 #
그라피 2009/11/29 18:38 # 삭제 답글
이민 생활이란게 하루하루 빠쁘게 지내다 보니 메일 하나 쓰는 시간이 안나네요
그나마 오늘 일을 안나가서 이렇게 글 을 씁니다 보내주신 책은 정말 잘 받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천천히 해달라 했더만 빠른걸로 보내주시고 비용도 많이 드셨던데 암튼 감사드립니다 제 지메일로 주소좀 보내주세요 전 하루하루 일하고 학교 다니고
바쁘고 하지만 하루하루 주님 은혜로 삽니다 감사의 날들이 하루하루 지나갑니다
영어 작문도 못하는데 이젠 한국말 메일도 어순도 이상하고 영 ;;; 또 연락 할께요
bonjo 2009/11/30 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