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을 알 수 없는 곡에 꽂혔을 때. 그것처럼 답답한 일도 또 없을 겁니다. 예전에 Ozzy Osbourne의 라이브 비디오를 보는데 오프닝으로 나오던 합창곡이 너무 좋아 따로 구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당시 네이버 지식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비디오를 보여주고 물어볼만한 사람도 없고 해서 레코드점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던 마음 복잡해지는 기억도 있고 말이죠.(아주 나중에 라디오에서 듣게된 그 곡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였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유일한 음악 소스가 라디오였던 시절엔 제목도 아티스트명도 모르고 녹음을 해놓고 반복해 듣던 카세트 테이프도 여러개 있었습니다. 아주아주 나중에 그 테이프들을 들으며 헉 이 노래도 있었네. 하는 곡들도 여럿 있었고 말이죠.
The Brand New Heavies의 이 앨범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케이스였습니다. 어느 주말 가족과 차로 이동을 하며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어떤 프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만 클래지콰이의 맴버들(아마도 알랙스와 호란)이 나와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지요. 클래지콰이는 잘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지라 흘려듣고있었는데, 기가막힌 곡이 흘러나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는 곡명을 확인하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게 되지요. 곡명을 확인 못하면 또 레코드점을 순회하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은 이런 상황을 위한 것.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광고가 흘러나오고 광고가 끝나면 DJ와 초대손님은 우리가 언제 그런 노래를 틀었냐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대가 바뀌어 인터넷 방송국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면 각 프로의 선곡표가 붙어있습니다. 얼마나 세상이 좋아진 것인지.(이것도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죠, 라디오에서 -박혜경이 몸담았던 그룹의 이름- "The The"를 불확실하게 듣고 '더덕? 더던? 도대체 뭐라 그런거야?' 하며 한참 궁금해했던 것도 겨우 수 년 전입니다) 그렇게 확인한 것이 The Brand New Heavies라는 묘한 이름의 밴드가 연주한 'Dreams Come True'였습니다. 선곡표를 확인하기 전, 반복되는 후렴구에 Dreams Come True라는 가사가 반복되고, Acid Jazz 풍의 흥겨운 리듬 탓에 일본밴드 Dreams Come True의 밴드 주제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더랬습니다. 차 오디오가 션치않은데다 아이들까지 재잘거리던 와중이라 보컬 음색조차 구분이 힘들었거든요;;
확인을 하고 나서도 문제인 것이, 이런식으로 한방에 꽂힌 음악은 막상 구입해 감상할 때에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생소한 밴드일 뿐 아니라, 생소한 장르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크고 말이죠. 그래도 워낙 들었던 당시의 느낌이 좋았던지라 별 망설임 없이 주문했고, "대만족" 했습니다.
Acid Jazz 라는 장르는 그 분파(?) 격인 '시부야계'의 일본음악을 지나가며(?) 듣거나, 또 거기서 파생된 격인 롤러코스터 정도를 접해본 것이 전부인지라 장르에 대한 이해도 없고 물론 The Brand New Heavies라는 밴드 이력도 맴버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아주좋습니다. 전공(?) 장르가 아닌지라 더 파고들 생각은 그닥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악기 편성과 연주 스타일이 70~80년대의 퓨젼재즈와 비슷한 면이 많으며, Acid Jazz 특유의 흥겨운 리듬도 근사하고 적절히 자극적인 악기 연주들도 흥겹고 적당히 발랄한 보컬 음색도 마음에 쏙 드는 아주 근사한 앨범입니다.
자켓 디자인도 그렇고 녹음상태나 악기들의 음색이 70년대 혹은 잘봐줘야 80년대 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있습니다만, 원래 오리지날 음반은 메인 보컬 트랙 없이(코러스만 있는 상태) 1990년에 발매되었고, 이후에 여성 보컬을 기용하여 절반 가량의 트랙에 보컬 멜로디를 입혀 재발매했습니다.* 제가 구입한 것은 1991**년 미국에서 발매된 보컬 추가 반이며, 같은 해 영국 발매 음반은 트랙 수와 순서가 다르다고합니다.
Dreams Come True
* http://en.wikipedia.org/wiki/Brand_New_Heavies_(album)
** Wikipedia 문서에는 미국판 앨범 발매년도가 밴드 소개에는 1991으로, 앨범 소개에는 1992년으로 상이하게 표기되어있습니다만, CD 자켓에 표기된 1991년을 따랐습니다.
덧글
James 2009/11/18 20:44 # 답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메탈리카가 S&M 라이브 냈을 때 오프닝 곡이 이번 라이브를 위해 만든 것인가? 라고 한참 생각하다 몇 년 후 2집을 듣고 나서야, 아 이게 그거였구나! 라며 헛똑똑이 임을 자랑했었죠..;
이번 주말엔 꼭 화장실 청소 직접 하시길 ^^
bonjo 2009/11/18 23:15 #
James님이 와이프보다 무섭네요...-.-;;;
젊은미소 2009/11/19 01:28 # 답글
bonjo 2009/11/19 09:19 #
한국 계정 샵에는 보급이 안되고있는가 봅니다...ㅠ.ㅠ
CelloFan 2009/11/19 10:09 #
bonjo 2009/11/19 10:14 #
전에 애플 유료회원 등록 하는 편법 쓰다가 돈만 날리고 포기했는데...-.-;;
CelloFan 2009/11/19 11:31 #
http://blog.naver.com/purplehm?Redirect=Log&logNo=80092503479
bonjo 2009/11/19 12:21 #
gershom 2009/11/19 19:24 # 답글
아.. 정말 동감합니다..
귀 종끗 세우고 듣고 있었건만.. ㅜㅜ
예전에 열심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을 녹음하고 있는데..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김기덕 아저씨 멘트 끼어들때도
공황 비슷한 상태에 빠졌었던 아픈 기억도 나네요..
bonjo 2009/11/19 23:53 #
그런면에서 멘트와 노래를 확실히 구분해주던 전영혁 아저씨는 참 고마운 양반이었다능;
여름 2009/11/20 23:08 # 답글
bonjo 2009/11/21 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