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 Books


참으로 발칙한(?) 제목의 이 책은, 이웃 블로거이신 gershom님의 소개글을 보고 구입했습니다. 제목만을 보자면 바람난 유부남이나 권태기에 빠진 불량중년의 그림이 그려집니다만 그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만약 본 제목이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였다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힘이 크게 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gershom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됐습니다만, 제목 때문에 사는 것이 망설여졌습니다. 종종 사소한 일에 민감히 반응하는 마누라가 이 책을 보면 뭐라고 할까 싶었던 것이죠;;; 신문지로 싸서 읽을까 생각도 하다가 몰래 한다는게 더 우스운 꼴이 되리라는 판단에 그냥 자연스럽게 가기로...-.-;;; 구입후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한 일도 일부러 와이프 앞에서 포장을 뜯어(평소엔 택배가 오면 방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포장을 뜯습니다;;) 짜잔~ 하며 책 표지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웃으며 "뭐야 후회한다는 거야?"하고 넘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이라면 미지의 영역입니다. 대학생 시절에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개론"을 신청했는데 수업 한 번인가 하고는 강사의 개인적 사정으로 폐강되었던 운명적 거리감까지 갖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명지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각종 강연/강좌로 바쁜 김정운이라는 저자는, 독자들의 심리를 들어다 놨다 하는 것까지 공부한 것인지, 정말로 글을 잘 씁니다. 친구들과의 농담 따먹기라든지, 자기 개인사와 가족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개그성 충실하게 소개하여 읽는이를 낄낄거리게 만든 후, 심리학이라는 -범인들에게 그리 익숙치 않은- 개념을 슬쩍 밀어넣습니다. gershom님의 표현을 빌자면 "낄낄 대며 듣다가.. 어? 하는 느낌" 입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심리학적 주제라는 것이 심각한(?) 학술적 내용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그리고 지극히 이기적인 고민들에 관한 것이라, 방에 혼자 앉아서 맛있는 과자를 홀랑 홀랑 까서 먹는 듯한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인생의 목적이란 바로 재미나게 사는 것이라는 일관된 저자의 주장은 어느정도 자기 생각이 있는 성인이라면 그래그래 하며 바로 접수하기엔 무리가 있고, 또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돈을 더 많이 벌고, 남들보다 더 출세하여 군림하는 것을 목표로 고민하는 인생보다는, 재미있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인생이 더 멋질 것이라는 것에는 100% 수긍합니다.

골속이 빡빡할 때 한번씩 되새김질하면 좋을 듯 한 아주 근사한 책입니다.







핑백

  • books n' music : 일본열광 - 김정운 2010-12-27 19:31:10 #

    ... 지난번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고, 이양반 책을 기회되는 대로 더 읽어봐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게 벌써 1년이 넘었네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마 ... more

덧글

  • 여름 2009/11/12 10:56 # 답글

    김정운 선생의 책을 읽으셨군요. 전 일본관련 서적을 읽었었습니다.
    하얀색 이불과 베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책이죠?
    와이프가 서점에서 잠깐 읽고 미X놈이라던데.
    아침마당에 어울릴만한 분이라 생각됩니다.
    노가리 푸는 것이 상당하더라구요.
  • bonjo 2009/11/12 11:15 #

    노골적인 농담 부분은 저도 좀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결국 이야기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요 며칠간 스스로 돌아보며 반성도 많아 하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감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 Gony 2009/11/12 12:26 # 답글

    ㅎㅎ 이 책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남자들도 읽어야 하겠지만 여자들도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지요 ^^
  • bonjo 2009/11/12 18:08 #

    저도 제 와이프에게 권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읽어보라는 책은 잘 안보는지라...-.-;;;
  • 카군 2009/11/12 13:44 # 답글

    한번쯤 읽어볼만하겠군요'ㅡ'
  • bonjo 2009/11/12 18:09 #

    재미도 있고 내용이 좋습니다. ^^
  • focus 2009/11/13 16:24 # 답글

    오늘 퇴근길에 한권사서 슬적 집에 놔둬봐야 겠어요....ㅋ
  • bonjo 2009/11/13 18:51 #

    하핫. ^^;;
  • CelloFan 2009/11/13 18:35 # 답글

    저도 이거 gershom 님 블로그에서 보고 난후에 위시리스트에 지금껏 담아 두었습니다. 회사로 주문해서 회사에서만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회사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포기. 아마 연선이 둘째 낳고 조리원 - 처가 가있는 동안 읽어봐야 겠습니다 호호호.
  • bonjo 2009/11/13 18:52 #

    내용은 제목하고 별 상관도 없는데, 참 유부남들 읽기 껄끄러운 제목을...^^;;;
  • gershom 2009/11/14 22:22 # 답글

    정신과 의사..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른..
    오랫만에 만난 선배가 어깨에 힘 빼고 얘기하는 느낌 덕분에 더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 bonjo 2009/11/15 18:52 #

    덕분에 즐거운 독서 했습니다. ^^
  • valentine 2009/11/24 15:09 # 답글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성공적인 제목 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덕분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 bonjo 2009/11/25 09:33 #

    아무래도 그랬겠지요?
    내용이 참 좋은데 제목이 과격해서 저같이 소심한 유부남들에게는 구입장벽이 생겨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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