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공동묘지 - 스티븐 킹 / 황유선 역 ▪ Books


이름으로는 수없이 접해왔지만 텍스트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영화로 만났던 스티븐 킹. 킹이라는 이름이 유치(?)해서였는지 아니면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를 얕게 봐서 그랬는지, 아무튼 별로 신통치 않은데 상업적으로 명성만 날리는 작가로 생각했던 탓에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나봅니다. 가장 먼저 읽게 된 스티븐 킹의 작품은 [다크 타워] 시리즈입니다만, 손에 넣게 된 것으로 치면 이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먼저입니다. 꽤나 오래전에 재활용 쓰레기장 한구석에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씨리즈가 너댓권 묶여있는 것을 줍게 되었는데 그 중 두 권이 이 책입니다.

스티븐 킹의 대표 저작을 꼽을 때 늘 거론되는 이 이야기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와 '공동묘지'라는 상반된 분위기의 단어가 충돌을 하며 그리 유쾌하지 않은 첫인상을 줍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을 떠도는 것은 다름아닌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로 유명한 [샤이닝]이었습니다. 한 가족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인디언의 전설, 떠도는 유령들. 확실하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하는 이야기의 구성은 별로 중요시되지 않고 '공포'라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만을 아주 느리고 꾸준히 이야기합니다.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를 보았을 때에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그러니까, 그때 그 유령은 뭔데? 를 비롯해 여러 의문들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스티븐 킹은 그게 뭔지 끝까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마치 '음...그건 나도 잘 몰라. 아무튼 무섭잖아?'라는 태도랄까요. 권말의 작품 해설에는 가족의 불신과 단절이 주는 공포가 어떻고 하며 써있습니다만, 그런식으로 규정지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그저 서서히 죄어오는 미지의 공포, 그 공포 앞에 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그것이 스티븐 킹이 들려주고싶은 전부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야기는 전반부는 공포를 조성하는 각종 설정들이 제법 긴 기간을 잡아 설명되어지고, 후반부에는 고작 사나흘 정도의 (실제적으로는이틀)에 주인공이 겪게되는 기묘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한꺼번에 몰아칩니다. 앞과 뒤의 분위기를 비교해보면 전체적인 색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마치 상권이 띨띨띨띨거리며 레일을 천천히 오르는 롤러코스터라면 정점을 넘어서면서 그 띨띨띨띨 거렸던 시간 동안에 그 수십배의 거리를 정신없이 달리고 뒤집히고 꼬이고 콰르릉거리며 속을 울렁케 하는 곡예 코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아주 아찔하고 재미있네요.

스티븐 킹이 초기에는 상업작가로 분류되다가 최근에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있다는 것도, 단순히 많이 팔리니 인정해준다는 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심리와 분위기의 묘사와 독자에의 전달 등은 -아주 많은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접해왔던 다른 작가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덧글

  • 荊軻 2009/11/09 01:41 # 삭제 답글

    스티븐 킹은 미워할 수가 없는 작가같습니다.
    이 분 글 읽다보면....소시민의 애환이 이상하게 공포물에서 느껴져요.
  • bonjo 2009/11/09 11:31 #

    소시민의 애환. 그러게. 확실히 그렇구만.
  • CelloFan 2009/11/09 11:27 # 답글

    요새 링컨라임 시리즈로 유명한 제프리 디머의 추리소설들을 소개 받았는데... 스티븐 킹까지... 후우. 회사를 그만두어야 책들을 다 읽을 듯 싶네요 T_T
  • bonjo 2009/11/09 11:32 #

    세상은 넓고 음악도 많고 책도 많고.
    행복하고 불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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