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주의적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본 SF소설 [스타십 트루퍼스]를 읽고난 후 '반대적 입장의 소설'로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입장도 입장이지만 내용 자체가 [스타십 트루퍼스]보다 훨 재미있군요.
기본적인 설정과 분위기는 스타십 트루퍼스와 비슷합니다. 미지의 외계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지리한 전쟁. 그 전쟁속에 내던져진 주인공. 그러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많이 다릅니다. [영원한 전쟁]의 작가 조 홀드먼은 전쟁에 내던져진 주인공을 통해 전쟁이 전도 유망한 젊은이를 어떻게 망가트려가는지, 전쟁이란 얼마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멍청한 짓인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젊은이들은 시민권을 얻기 위해 자원입대하지만 [영원한 전쟁]에서는 엘리트 징집법이라는 법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강제 징집당합니다. 전쟁으로 들어가는 입구 자체가 다르죠. 그리고 하인라인은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강의나 연설을 통해 주장을 직접 전달하는 반면, 조 홀드먼은 주인공이 겪는 상황과 장면을 담담히 묘사함으로서 독자들을 설득해 갑니다.
전투 묘사는-특히나 강화수트 부분은 [스타십 트루퍼스]의 그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조 홀드먼이 어린시절 [스타십 트루퍼스]의 작가인 하인라인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인라인의 설정을 적절히 빌려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다만 조 홀드먼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야기 전체를 끌고가게되는 요소가 있는데, '콜랩서 항법'이라고하는, 블랙홀을 이용한 장거리 항법입니다. 이 항법에 의해 시간이 뒤죽박죽이 되어 주인공은 1000년이 넘도록 전쟁터를 오가게 되고, 전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는 것이죠. 이 설정이 주는 재미는 우울한 전장 묘사와 상반되는 참신한 SF적 즐거움과 독특한 로멘스를 보여줍니다.
작가 조 홀드먼은 실제 월남전에 참전하여 심한 부상을 입고 제대한 경력을 갖고있습니다. 소설중의 혹독한 군사훈련과 비참한 전장의 분위기,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느끼는 괴리감 등은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한 월남전을 바탕으로 묘사된 것이겠지요. 책의 해설을 보니, [스타십 트루퍼스]의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해군 장교였지만 2차세계대전 직전에 퇴역을 해서 전쟁에는 참여를 못했다고 합니다.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장교와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전역한 사병의 입장이 그렇게 다른 전쟁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스토리가 종료된 후 권말에 에필로그처럼 붙어있는 "분리된 전쟁"은 주인공의 연인이 주인공과 헤어져 세번째 전투를 겪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외전'격입니다. 이게 주는 재미가 또 아주 독특하네요.
아주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쌩유 荊軻 군.
덧글
twinpix 2009/10/14 09:39 # 답글
bonjo 2009/10/14 10:59 #
무척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荊軻 2009/10/14 12:39 # 삭제 답글
bonjo 2009/10/14 13: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