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 테스 게리첸 / 박아람 역 ▪ Books

시골의사 박경철 님의 블로그에서 [살인의 해석]과 비교한 리뷰를 보고 읽게 된 책입니다. 사전 정보는 없이 그저 시골의사 님의 "재미있다"는 말만 믿고 읽은 것이죠. 결론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여자의 배를 갈라 자궁을 적출해 가는 아주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입니다. 내용중에서 범인은 자신을 익명의 독백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주인공들의 추적과 별개로 그 독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독자들에게 드러냅니다. 막판에 짠! 이놈이 범인이다!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전지적 관점에서 추적하는 자와 범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형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막판의 긴장감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만, 이 책의 주는 재미는 그러한 "충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 테스 게리첸은 실제 외과 의사였고, 여자입니다. 여자를 특별히 강조한 것은 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심리묘사들이 책을 읽는 내내 제 눈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그리 많이 읽은 편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최근 읽은 소설 중에 여류작가의 작품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여류작가의 여성 심리묘사라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간당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여성, 극복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갖혀 신음하는 여성, 성차별을 당하는, 그것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여성 등, 남자들로서는 상상력을 총동원해도 이런 느낌은 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감상을 적고있는 저 자신도 남자이다 보니 여자가 보는 이야기 속 여자의 심리묘사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 여형사가 겪는 성차별 부분은 좀 충격적인데, 현대 미국 사회에서도 실제 저러한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계라는 민족적 환경 속에서 저자가 느낀 것이 강조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전직 경험을 살려 내용 중간중간에 나오는 외과 시술 장면 혹은 범행장면의 묘사는 소름끼치도록 생생합니다. 특히 초반에 교통사고 환자 응급처치 장면이 나오는데 그 생생하면서 전문적인 묘사를 보고 한번에 책 속으로 쫘악 빨려들어갔습니다. 시골의사 님이 [살인의 해석]과 비교해 이 책의 손을 들어준 이유도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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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elloFan 2009/08/10 13:12 # 답글

    오 이거 읽어봐야 겠네요!!!
  • bonjo 2009/08/10 14:50 #

    잼남.
  • 여름 2009/08/11 10:11 # 답글

    살인의 해석을 읽다 중단해서 부채의식이 큽니다.
    거기다 박경철님까지 모셔다 놓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부채청산해야 될텐데 말이죠.
  • bonjo 2009/08/11 10:20 #

    어디선가 "독자에겐 책을 읽다가 집어던질 권리가 있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살인의 해석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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