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 올리버 색스 / 장호연 역 ▪ Books

표지의 마음씨 좋게 생긴 영감님이 저자 Oliver Sacks입니다


이웃 블로거 여름님의 추천으로 손에 잡은 책입니다. 본문이 500페이지에 달해 분량도 많고, 중간에 휴가 기간이 껴서 흐름이 끊긴 이유도 있고, 전문 학술 서적은 아니지만 생소한 부문에 관한 책이라 속도도 붙지 않아 완독에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학술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긴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에 관해 서술된 것이 아니라 실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을 해놓아 그나마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제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보아 알 수 있듯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접한 환자들 중 특별히 음악과 관련된 증상을 보였던 사례들을 모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저자의 연구사례는 로빈 윌리암스,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Awakening]이라는 영화로도 소개되기도 했고, 이 책 외에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의 저서로 신경정신 부문의 의학적 주제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소개받아 읽어보려던 차에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주제의 이 책을 소개받아 읽어보았습니다.

책 전체는 4부로 나뉘어져있습니다. 1, 3부는 병리학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2, 4부는 음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뇌의 손상이 음악을 받아들이거나 창작해내는 정신적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선천적 후천적으로 음악에 관한 특별한 재능 혹은 장애를 갖게된 사람들의 뇌는 무엇이 특별한지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사례 위주로 소개됩니다. 홀수 파트는 의학이 주, 짝수 파트는 음악이 주, 라는 패턴으로 편집되어 지루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주고 있습니다. 음악 애호가라면 짝수 파트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음악 애호가로서 특별히 관심있게 읽게 되는 부분은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갖고있는 사람에 관한 부분이라든지 실음악증이라든지 무쾌감증과 같은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된 사례들인데,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천적, 후천적으로 뇌 손상을 입어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어떤 위안을 얻고 심지어는 회복의 가능성까지도 얻게되는 사례들은 음악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마운 존재인가 감탄하게 합니다.

사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는 음악은 단순한 대뇌 피질의 전기적 신호에 불과하다 라는 식의 서술이 나올까 경계하기도 했습니다만, 저자 자신도 열렬한 음악 애호가임과 동시에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로 그 스스로가 삶의 어려운 순간들에 음악이 길을 열어주는 것을 수차례 경험한 사람인 만큼, 음악에 대한 우호적인 자세로 서술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저자의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입니다. 환자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은 영화 [Awakening]에서 로빈 윌리암스가 보여주었던 따뜻한 연기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휴가 때 한적한 바닷가에서 쇼팽을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면 잘 어울렸을 듯 한데, 사무실에 놓고 퇴근을 하는 바람에 휴가지에서는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었습니다...-.-;;;







덧글

  • 여름 2009/07/29 22:20 # 답글

    책의 두께만큼 읽는데 부담을 줄 수 있을텐데요. 애쓰셨습니다.
    제가 괜한 일을 한 것같아 송구스럽습니다.
    한편, '아내를 모자로...'가 일반적이거나 아주 특별한 증세에 대한 연구로써 의학의 재미를 돋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디자인도 이쁘구요.^^
  • bonjo 2009/07/29 22:28 #

    부담은요! 너무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특히나 저자의 음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끼면서부터는 독서가 더더욱 즐거웠고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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