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 하덕규 / 1990 ▪ CDs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CCM (Christian Contemporary Music)에는 알레르기가 있는지라, 교회에서 공예배에 관련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듣지 않습니다. 들을 기회가 없었다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귀를 닫는 식이죠. 그러던 중 하덕규의 이 [쉼] 앨범을 알게 되었는데, 저랑 비슷하게 CCM을 싫어하는 친구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가요쪽은 거의 듣지 않았던 때라 '시인과 촌장'이라는 팀에 대해서도 이름만 알고있었을 뿐 어떤 노래를 부른 팀인지도 몰랐고 구성원이 누구인지도 몰랐죠. 당연히 '하덕규'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습니다.

가사에서 종교적인 색이 어렴풋이 비치기는 해도 노골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제 귀를 휘어잡는 것은 화려하게 움직이는 플렛리스 베이스의 멜로디였습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밴드구성인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반주로 진행이 됩니다. 보통 밴드음악이 아닌 경우 악기 구성이 다양하게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앨범은 앨범 통째로 컨셉 앨범이라 그런지 악기의 배치도 앨범 전체를 통틀어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모든 곡을 하덕규씨가 썼고, 이후 공정인 편곡부터 연주 녹음 마스터링까지 미국에서 그곳 아티스트들의 손을 빌어 이루어졌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음악적 안정감과 고급스러운 완성도를 볼 때 무난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컨셉앨범입니다만, 어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형식은 아니고, 개인의 고독과 고통, 종교적 해법 제시, 그리고 영혼의 구원이라는 기독교적인 심상을 따라 노래가 연결되어갑니다. 종교적인 언어는 지극히 절제되어 후반부에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하덕규가 시인과촌장 명의의 앨범에서 노래했고 조성모가 리메이크해서 히트쳤던 '가시나무'가 이 앨범의 성격을 압축시킨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해도 크게 어긋남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앨범에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곡은 경쾌한 리듬의 '자유'라는 곡이었습니다. 종교적인 색이 강한 앨범이었음에도 시인과 촌장이라는 기존 네임 벨류와 노골적이지 않은 가사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요 앨범, 그것도 CCM이라는 거부감이 남아있던 탓인지 생전 사지도 않던 카세트 테이프로 구입했으며, 홀딱 빠져버려 LP로, CD 시대가 도래해 다시 CD로 구입을 한, 개인적으로는 해트트릭(?) 앨범입니다.






덧글

  • 여름 2009/07/17 20:42 # 답글

    하덕규의 '가시나무'였군요.
    시인과촌장의 그 것인지 알았었습니다.
    하덕규씨는 CCM활동가라기 보다는 훌륭한 작가인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장필순씨도 마찬가지구요.
    해외에선 U2가 그렇구요. U2를 CCM이라고 하는 사람은 많이 없기 때문에...
  • bonjo 2009/07/17 22:10 #

    가시나무는 '시인과촌장'의 3집 [숲]에 실린게 맞습니다.
    그 앨범이 함춘호씨가 탈퇴한 후라 하덕규의 원맨밴드였던 시기이긴 하지만 말이죠.;;

    U2도 CCM으로 분류되기도 하는군요.
    Impellitteri만큼 가사가 노골적이지는 않은 것 같던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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