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의 북유럽 탐험 - 박노자 ▪ Books

박노자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그닥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대는 것이 못마땅했다고나 할까요. 박노자란 이름도 단순히 흉내만 낸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의 귀화 사실을 알고 어라? 했으며 그가 하는 말에 꼼꼼히 귀를 기울이며 놀라움은 더해갔습니다.

공산국가였던 구 소련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우연히 접하게 된 한국에 반해 미국의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한국으로 이주해 러시아어를 가르치다 결국은 귀화하여 한국인이 된 후, 지금은 사회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나라 중 하나인 노르웨이에서 살며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매우 특이한 이력. 그 가운데 경험해온 문화적 스팩트럼의 폭이 박노자의 파워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곳에 속해 있다고 할까요. 물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객관적 사고방식과 꼼꼼한 정보 수집 분석은 저술가로서의 필수적인 요건이니 논외로 하고 말이지요.

이 책은 부제 "박노자의 북유럽 탐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살고있는 노르웨이와 그 주변국가들의 문화를 바라보며 분석하고 그것을 한국에 약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 코멘트를 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박노자의 글을 보며 놀라게 되는 것은 그 지극히 객관적인 스텐스인데, 노르웨이건 한국이건 러시아건 비판할 것은 꼼꼼히 비판하며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정치 경제적으로 한국이 노르웨이에 비하여 후진적인 것은 사실인지라 주로 한국이 비판을 받는 입장이지만, 그 비판하는 태도에는 객관성과 더불어 '내 나라'임을 확실히 하는 사려가 엿보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 비해 너무 여러자기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 이 들 정도로 이곳 저곳을 더듬고 있지만, 박노자의 책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저술된 것이 2002년으로 꽤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시사성이 강한 주제들도 아니고 해 단위로 휙휙 바뀌어버릴 사건들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건들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 11월까지 16쇄가 인쇄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박노자가 러시아인이거나 노르웨이인이면서 이 책을 썼다면 내용이 이와 같기는 힘들 것이고 그것을 얼마나 약으로 인정하며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 책은 한국인 박노자가, 한글로(번역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한국인들 읽으라고 쓴 책입니다. 일본인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한국을 비판하는 책이나, 한국인이 한국인들 보며 자위하라고 일본 비판하는 책과는 맥락이 다른 약이 될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인이 다 된 것처럼 살살거리며 지내다가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한국 비난(비판이 아닌)으로 먹고사는 모 일본인 교수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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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s n' music : 거꾸로 보는 고대사 - 박노자 2011-01-14 21:34:10 #

    ...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읽고 '박노자의 책을 하나 더 보자'라 고 생각했습니다만, 일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야 손에 잡게 되었네요. 그것도 박노자의 '본업' 서적으로 말 ... more

덧글

  • CelloFan 2009/07/12 00:27 # 답글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분인것 같습니다.
  • bonjo 2009/07/12 20:51 #

    쓴 비판을 하더라도 참 먹기좋게 잘 요리해서 내놓는 것 같아. 멋진 사람.
  • 여름 2009/07/12 08:19 # 답글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고대사까지 공부한 학자로서 그가 보여주는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및 통찰은 배우고 깨칠 것이 많다고 항상 반성하게 됩니다.
    단, 이야기할 때의 느낌은 데이빗베컴처럼 '의외'라능.
  • bonjo 2009/07/12 20:51 #

    헛- 목소리가 깨나보죠;;;;;
  • CelloFan 2009/07/12 23:24 #

    "신은 베컴에게 황금의 오른발 주셨지만, 대신 기생 오래비의 목소리를 주셨다" 말이 있지요 ㅋㅋ. 여름님의 촌철살인 비유네요. 박노자교수 강연을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목소리가 -_-;
  • James 2009/07/12 20:01 # 답글

    <하얀 가면의 제국> 앞 부분 보면 그가 어떻게 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좀 알 수 있습니다. 전 강의하는 건 예전에 한번 봤는데 듣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대신에 책은 자주 읽으려 하고 있습니다 ^^
  • bonjo 2009/07/12 20:52 #

    한그래도 한국을 어떤 식으로 좋아하게 된건지 궁금했는데 [하연 가면의 제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James 2009/07/12 21:49 #

    앗, 갑자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혹시나 그 책에 없으면 <당신들의 대한민국 1>을 보시길 ㅡㅜ
  • 여름 2009/07/13 01:10 #

    당신들의 대한민국1이 맞는 것 같습니다.
    춘향전부터 시작한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죠.
    요즘 저희집은 박노자의 '왼쪽으로..'와 유시민의 '후불제..'의 대결구도입니다.
  • bonjo 2009/07/13 09:21 #

    저서가 워낙 많이서 차근차근 한권씩 읽어봐야겠습니다.
  • grapy 2009/07/13 01:27 # 답글

    지금 한국은 본래의 위아래는 사라지고 허상적인 위아래가 생겨나고 있죠

    당신들의 대한민국부터 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 bonjo 2009/07/13 09:21 #

    어이쿠 이게 누구심까~~
  • CelloFan 2009/07/13 19:47 #

    웃 구라피 형이닷!
  • grapy 2009/07/13 10:42 # 답글

    가끔 오지만...흥~ = =;;
  • 荊軻 2009/07/14 21:14 # 삭제 답글

    저도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살다가 독일에 가서 살아보고 싶어용~ㅠ.ㅠ
  • bonjo 2009/07/14 21:15 #

    일본인으로 귀화한 후 독일 가서 일본학 교수가 되는거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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