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척이나 여러 단계를 거쳐 읽게 된 책입니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책을 읽으며 그 작가의 대표작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하이 피델리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처음. 그 다음은 [구두끈은, 왜?]에 관한 서평을 읽는데 거기에 [하이 피델리티]가 언급되어있었다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이웃 블로거 여름 님이 몇번인가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하고있고, 역시 여름 님이 추천하여주신 [삐릿]을 읽으며 음악을 소제로 한 [하이 피델리티]를 읽어봐야겠다는 결심. 을 하면서 읽에 되었습니다.
일단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의 관찰, 행동, 사고를 집요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구두끈은, 왜?]의 서평에 등장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수 있었고, 이야기 전체에 수없이 많은 음악들이 넘실거린다는 점에서 [삐릿]과의 유사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등장하는 가수들과 음악들 중에 생소한 이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일까요.;;; 음악적 소양의 얇팍함 탓에, 음악을 언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삐릿] 만큼의 쾌감을 맛보지는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치밀하게 묘사해가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의 재미난 부분입니다. 뼈대(스토리) 자체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다 그렇듯 단순하고 진부합니다만, 그 뼈대에 주인공의 감정이라는 살이 붙고 주인공의 사고라는 피부가 덮이면서 너무나 사실적인 한 인물의 삶이 나타납니다. 남자라면 킥킥거리며 그 사실성에 동의할 것이고 여자라면 남자라는 짐승의 사고방식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 그 유치함(?)에 실소를 금치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접하게 된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솔로 중년남의 성장 스토리'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지요. 스스로 그렇게 느끼든, 아니면 스스로는 만족하나 타인들이 그렇게 판단하든, 뭔가 뒤떨어져버린 두 스토리의 남자들은 여전히 그 안에 소년을 품고 있으며, 그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이야기라 할까요. 아니, 어쩌면 소년이 어른이 되어간다기 보다는 세련됨을 갖추어간다고 하는 것이 제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소년을 포기한다는 것은 뭔가 서글프지 않습니까? 비록 사람들에게 철없다 손가락질을 받는 한이 있어도 말이지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고 합니다.
덧글
James 2009/07/07 19:37 # 답글
bonjo 2009/07/07 19:58 #
여름 2009/07/07 19:46 # 답글
하이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정도로 소설전편에 출렁이는 음악과 레코드들.
제 경우 마빈게이의 'Let's Get It On'앨범을 주인공의 No.1선정에 따라 샀죠.
배리역으로 잭블랙(제가 정말 좋아하는)이 출연한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공간적 배경을 영국에서 미국 시카고로 옮겨다 놓는 실수를 빼곤 SoSo였다고 생각합니다.
bonjo 2009/07/07 19:55 #
영화 볼 마음은 별로 없었는데 잭블랙때문에라도 봐야겠습니다...-.-;;;
젊은미소 2009/07/07 23:11 # 답글
사실 영화보다도 사운드트랙 CD가 매우 매우 좋습니다. 시너지라고 해야 하나.. 곡 하나 하나 보다도 컴필레이션의 선곡 및 플로우가 뛰어나서 값어치가 있는 그런 음반이지요.
bonjo 2009/07/08 01:05 #
CelloFan 2009/07/07 23:56 # 답글
bonjo 2009/07/08 01:05 #
CelloFan 2009/07/08 14:01 #
荊軻 2009/07/09 11:16 # 삭제 답글
bonjo 2009/07/09 1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