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산다 - 장기하와 얼굴들 /2009 ▪ CDs

국내 뮤지션에 대해서는 쓸데없이 판정기준이 높은터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편입니다. 국내 뮤지션을 접하게 되는 경우는 엄청나게 유명해서 혹은 우연한 기회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만나기 전에는 접할 기회조차 변변하게 갖지 못하지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라이브 동영상으로 접했을 때에는 피식 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싸구려 커피'를 (역시 라이브 동영상으로)들을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일종의 랩'이라고 하는 나레이션 부분의 음율과 리듬은 서태지가 '난 알아요'로 한국어 랩을 선보였을 때보다도 쇼킹했습니다. 한국어에는 성조가 없다고 하지만 장기하는 그 묘한 평범한 어투의 높낮이를 음악으로 훌륭히 담아냈더군요. 그래도 접해본 두 곡이 주는 감동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앨범을 선뜻 구매하지 못했습니다만, 엉뚱하게도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를 읽어보고는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드러머 출신이라는 경력으로, 장기하의 음악은 리듬감으로 넘쳐납니다. '싸구려 커피'의 절묘한 리듬 쪼개기도 스틱질 하던 장기하였기에 상상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기하의 목소리는 전반적으로 밋밋하고 무뚝뚝한 느낌인데 묘한 음의 높낮이와 당김음으로 감정을 살려내는 것을 들으면 곡 참 기가막히게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쾌하고 노골적인 세태 비판인 '아무 것도 없잖어'나 '별일 없이 산다'와 같은 곡에서는 한바탕 웃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만도 합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싸구려 커피'를 들었을 때 든 생각, '이사람 천잰데'라는 어설픈 판단을 만족시킬만한 아주 영리한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그 번뜩이는 천재성을 남용하거나 파묻지 말고 오래오래 조심조심 휘둘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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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elloFan 2009/05/12 23:20 # 답글

    재기넘치는 앨범이죠. 근래에 산 3장의 가요앨범 모두 좋았슴다. '언니네 이발관', '브로콜리 너마저' 그리고 '장기하'.
  • bonjo 2009/05/13 09:13 #

    이발관이랑 브로콜리도 들어봐야겠군.
  • 荊軻 2009/05/13 00:19 # 삭제 답글

    노래만 듣습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인간하고 마스크가 너무 비슷해요. -.-;;
  • bonjo 2009/05/13 09:13 #

    헉- 누구일까...-.-;
  • 여름 2009/05/13 09:36 # 답글

    노래가사의 재기넘침이 근대적인 감각의 악곡구성으로 진지함까지 갖추게 되었고,
    한발 더나가 발랄한 퍼포먼스로 풍요롭게 한 '한국대중음악표현주의'의 비상업적인 변환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어렵지만 '한국대중음악표현주의'의 시조는 '노라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ㅋㅋㅋ
  • bonjo 2009/05/13 11:13 #

    가사도 가사지만 가사와 아귀가 꼭 들어맞는 정교한 작/편곡이 천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자너~" 하는 부분에서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메인테마를 듣는듯한 감동이;; ㅋㅋ

    노라조 - 찾아봐야겠군요. ^^
  • 음반수집가 2009/05/13 16:44 # 답글

    마지막 구절에 백표 던집니다.
  • bonjo 2009/05/13 18:21 #

    좋은 음악 오래 듣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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