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 박동식 ▪ Books


프리랜서 사진가 박동식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Raysoda라는 사진 동호회를 통해서였습니다. 어느날 홀연히 등장해서는 진한 색감의 범상치 않은 사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죠. Raysoda라는 사진 사이트는 초기부터 전반적인 색채 자체가 흑백 중심에 아마추어들의 실험적인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던 터라 박동식 작가의 원색 찬란하고 반듯한 구도의 교과서적인 사진들은 오히려 반대 의미로 튀는 사진이었습니다. 그저 막연히 사진 참 좋다하고 있던 차에 직장 근처에서 사진전이 열렸고 퇴근길에 들러 그 진한 색감의 사진들을 더욱 진한 원본 프린트로 만끽을 했습니다. 게다가 원본 프린트들을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 원래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사진 한 점을 구입을 했습니다. 얼마에 구입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액자값보다 싼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지금 거실 한켠을 묵직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사진을 구입하던 때, 사진을 팔고 받은 돈뭉치를 들고 무척 즐거워하던 박동식 작가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기 작품을 싼 가격에 팔아먹고 좋다고 웃는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사진 판매 수익금으로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고 들은 터라 그 즐거운 표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제목 [열병]은, 그 여행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던 그 병을 뜻합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자기를 발견해가는 여행자의 몸살나도록 뜨거운 열병.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당시에 마음속 깊이 무척이나 축하를 했습니다만, 이미 Raysoda와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진들을 접했고 박동식 작가의 글재주가 그리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선뜻 구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Raysoda에서는 가끔 예술적, 정치적 견해차이로 논쟁이 벌어지곤 하는데 언뜻언뜻 보였던 박동식 작가의 글들로부터는 그리 큰 공명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중 최근에 이 책의 내용을 인터넷 서점의 "미리보기'를 통해 몇페이지 맛보게 되었습니다. 첫페이지에 바로 제가 구입해 거실에 장식해 놓은 그 사진을 넣었더군요. 그러고보니 전시회가 끝난지 얼마 안되어 '사진 속 덤불숲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지워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요청글이 올라왔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 책에 넣으려고 쓰레기를 지우려 했구나. 이건 뭐 작품 사진을 구입한 입장에서 그 사진이 앞페이지를 장식한 책을 구입하지 않으면 큰 죄(?)가 되겠다 싶어 얼른 구입을 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그닥 공명을 느끼지 못했던 조각글들과는 달리 전시회때 싱글벙글하던 박동식 작가의 그 건강한 표정이 짙게 느껴집니다. 확실히 인터넷에서 조각조각 접하던 글과 사진과 어울려 긴 호흡으로 읽는 문장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사진이 참 정직하고 정갈하며 교과서적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글조차 그러합니다. 천사같이 무흠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 솔직하고 상식적이며 착한 작가의 성품이 사진과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여행을 통해 만난 순박한 사람들과 티 없이 맑고 깨끗한 풍경을 향한 감정들이 정직한 사진과 글들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여행 사진은 발로 찍는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탁월하거나 예술적 감성이 매우 뛰어나 남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드물지만 여정이 고생스럽기 때문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방문하여 그곳의 모습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 또한 소중하고 드문 일입니다. 모두 두 번에 걸친 티벳 방문을 사진과 글로 현장감 넘치게 잘 보여주고있습니다. 사진과 글이 함께 실리는 책들은 보통 사진과 글이 따로 가버리거나 글은 그저 사진을 설명하느라 급급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 사진과 글은 어찌 그리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글을 읽다보면 다음페이지에 나온 사진을 기대하게 되어버리곤 합니다.
저감도 필름을 통한 사진은 색이 진하고 디지탈과는 다른 입자감이 살아있어 새파란 하늘과 강하게 대비되는 티벳 사람들과 풍광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박동식 작가의 Raysoda 갤러리입니다.
http://www.raysoda.com/Com/Photo/List.aspx?f=U&s=DD&u=14778




덧글

  • Sick Boy 2009/05/11 23:47 # 답글

    사 놓고 몇 년간 방치했어요. 읽어 봐야겠네요. ㅎ
  • bonjo 2009/05/12 09:30 #

    묵혀놓은 만큼 좋은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
  • CelloFan 2009/05/12 09:30 # 답글

    사진 전시회를 안가본지가 벌써 몇년인지 -_-;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karsh' 전도 결국 못봤네요 -_-;
  • bonjo 2009/05/12 09:30 #

    그건 뭔 전시회냐...-.-;
  • CelloFan 2009/05/12 11:04 #

    유명인들의 인물사진으로 유명한 Yousuf Karsh 사진전이죠. 처칠, 오드리 헵번, 카잘스, 피카소 등등 역사적인 인물들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죠. 사진책에서만 봤던 사진들을 직접 볼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시간 안맞아서 못봤슴다. 홈페이지 : http://karshkorea.com
  • bonjo 2009/05/12 12:09 #

    아항- 오드리 헵번 사진으로 된 포스터 본 기억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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