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번에 하루키를 읽는다면, 소설을 읽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또 수필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은 다른 책에서 이미 접한바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책까지 낼 정도인가 하는 의아함도 생겼습니다. 아무튼 읽고 보니 책을 낼만도 하다 싶군요. 장거리 달리기라는 것의 성격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누구나 인식하듯,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자기 자신에 관한 것입니다. 더우기 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사실은, 더더욱 할 말이 많겠군. 하고 생각하게 해줍니다.
약 일년간에 걸쳐 각각 다른 장소에서 틈틈히 쓰여진 글들은 9개의 쳅터로 나누어져있으며 각 장들은 유기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달리기라는 공통된 주제에 이끌려 시점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하루키의 인생을 조명합니다. 저자 자신도 에필로그에서 이것은 회고록이라고 말하듯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을 세세히 드러내 정리하고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달리기라는 소재가 품고있는 정서가 그러한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유독 하루키의 밝은 문장들만 접해서일까요. 이전에 읽었던 하루키의 산문 두 권-먼 북소리,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 비하면 재치있는 유머들이 쏙 빠지고, 어쩌면 라인홀트 메스너의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를 읽으며 느꼈던 적막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하루키가 자신의 묘비에 적고싶다는 문장입니다. 헉헉거리며 달리고 또 달리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키의 독백은 일등은 하지 못해도 끝까지 걷거나 멈추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 응원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Criss 2009/04/18 00:06 # 답글
bonjo 2009/04/18 00:23 #
집필된 것은 2007년으로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출판이 좀 늦은 것 같습니다. ^^
荊軻 2009/04/18 21:21 # 삭제 답글
bonjo 2009/04/18 23:34 #
CelloFan 2009/04/20 09:54 # 답글
bonjo 2009/04/20 11:10 #
CelloFan 2009/04/20 23:40 #
bonjo 2009/04/21 09:15 #
다이고로 2009/04/20 10:29 # 삭제 답글
잉, 저 저번 설연휴때 고향내려가면서 사서 파죽지세(어쩌라구!)로 읽어내려간 책이었네요;; ㅎㅎ
달리기나 창작의 재능이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중 하나는 지구력(...)이라는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유...무슨 놈의 비가 오전부터 음...)
bonjo 2009/04/20 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