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Infidelity - REO Speedwagon / 1980 ▪ CDs

팝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이 1980년도 쯤. 음반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입니다. Rush를 좋아하기 전에는 Rainbow를 최고의 밴드로 생각했었고, 그 이전을 생각해보면 REO Speedwagon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밴드명이 모두 R로 시작하는군요.

80년대 초 저의 귀를 하드락쪽으로 이끌던 밴드들을 꼽자면 주로 북미쪽의 AOR 밴드들, 즉 Journey, REO Speedwagon, Foreigner, April Wine, Loverboy 등등이었습니다. 이런 음악의 대척점에 속한 밴드들은 주로 유럽쪽의 뉴 웨이브 밴드들, Duran Duran, Spendau Ballet, Culture Club과 같은 밴드들이 있겠네요. 아무튼 이런 '밴드 음악'들에 관심을 갖게되고 악기 소리를 구분할 줄 알게 되면서 Rock 음악에 입문하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유난히 애착이 갔던 밴드가 바로 REO Speedwagon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유는 뚜렷하게 모르겠습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최고 히트 앨범이었던 [Hi Infidelity]가 아니라 다음앨범인 [Good Trouble]이었습니다. 앨범의 상업적 성공이나 앨범 성향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Journey의 [Escape]와 [Frontiers]의 관계와도 비슷하군요. 앞 앨범이 무지막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뒤따른 앨범은 그 음악적 성향을 충실하게 다시 살려내 완성도 높은 앨범을 내놓았으나 전 앨범만큼의 성공은 못했다. 정도로 정리되려나요.

REO Speedwagon은 다른 밴드들에 비해 '소년스러운' 모습이 강했습니다. AOR이라는 장르명 자체가 설명하듯 대부분의 밴드의 컨셉과 목소리가 뭔가 아는 듯한 '어른' 남자였지만 REO Speedwagon 만큼은 이제 10대를 막 벗어나 성인의 자유를 만끽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곡들은 밝고 어렵지 않으며 Kevin Cronin의 보컬도 그닥 꾸미는 목소리가 아니라 생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고 밴드의 맴버들의 면면도 멋있게 보이려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지요. 어쩌면 시대를 지배했던 수많은 밴드들 가운데서 그 독특한 자유분방함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i Infidelity]앨범은 미국에서만 무려 900만 장을 팔아치운 초특급 히트 앨범입니다. 히트 발라드 'Keep On Loving You' 외에도 'In Your Letter'등 발랄한 락 넘버들도 골고루 사랑을 받은 속이 꽉찬 앨범입니다.


덧글

  • 여름 2009/04/17 08:55 # 답글

    인여레러~
    소년티를 벗지 못한 것 같은 보컬..동감입니다.

    어젠 15년만에 옛동네 뚜라미레코드점에서 비니무어의 마인즈아이앨범을 샀습니다.
    근데 80년대 즉, '시대'를 산 기분이었습니다.
  • bonjo 2009/04/17 09:32 #

    시대를 산다.라. 멋진 것 같습니다. ^^
    오프라인 레코드점을 이용해본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군요.
    매대에 머리박고 한장씩 넘기는 재미도 만만치 않은 즐거움인데 말이죠.
  • 다이고로 2009/04/17 09:27 # 삭제 답글


    말씀해주신 저 두 앨범을 들으며 저도 막 가슴이 설레였었는데요.
    나중에 이들의 초기앨범들을 들으면서 '헉, 이건 또 뭐야!' 하며 미친듯이
    사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팀입니다.!!!!

  • bonjo 2009/04/17 09:34 #

    헉, 초기앨범은 못들어봤는데 들어봐야겠군요.
  • CelloFan 2009/04/17 10:29 # 답글

    CD 상단에 비친 그림자는 본조형의 손꾸락?
  • bonjo 2009/04/17 11:17 #

    아니야. 발가락이야;
  • 젊은미소 2009/04/17 14:18 # 답글

    리마스터 판인가요? 이 앨범은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저렴한 중고를 노리고 있고요, 아울러 Good Trouble 앨범도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예전에 하이 피델리티 라이선스 LP를 닳도록 듣다가 굿 트러블 앨범이 라이선스로 나왔을 때 정말 높은 기대를 안고 사가지고 집에 와서 턴테이블에 걸었다가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몇 번 반복해서 들었더니 Good Trouble, Girl with the Heart of Gold 같은 곡들이 귀에 들어왔더랬죠.

    이 알이오 스피드웨건은 원래 기타리스트인 개리 리치래쓰가 스타였다고 하는데요, 킵 온 러빙 유가 뜨면서 보컬리스트인 케빈 크로닌의 밴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결국 재결성 때도 개리 리치래쓰가 소외되었는데요, 리치래쓰는 '케빈이 불러 주기만 하면 달려가겠다'라는 모양이지만 케빈 크로닌이 불러주질 않는 모양이더군요...
  • bonjo 2009/04/17 14:58 #

    오홍, 다이고로님의 코멘트와 젊은미소님의 코멘트를 조합해보면 초기의 REO는 기타연주 중심의 음악이었을 듯 하군요. 점점 더 구미가 땡기는걸요.
    이 밴드 처음 만났을 때엔 악기에 대한 개념을 막 알기 시작한 때라 뭐가 멋있고 뭐가 잘하는 연주인지도 몰랐습니다. 요즘 다시 들으면서 오 이거 연주도 멋지잖아. 하고있는 중이지요.

    한국도 [Hi Infidelity]는 지천에 널렸는데, [Good Trouble]은 구하기가 힘드네요. 언제 아마존 주문할 때 챙겨야 될 듯 싶습니다. [Good Trouble]이 듣고 싶었는데 LP꺼내 듣기는 귀찮고;; [Hi Infidelity]로 땜빵중입니다. ^^
  • focus 2009/04/18 18:02 # 답글

    2900원하는 DVD 를 얼마전 구입해서 보았는데요......흑흑..
    너무 나이가 드셨습니다..
    목소리에서 날카로움이 너무 무뎌지셨습니다...
    저는 Wheels Are Turnin' 에 1표!!


  • bonjo 2009/04/18 20:59 #

    헉 2900원!
    케빈 크로닌 최근 사진 보니까 완전히 할아버지더라고요...-.-;;

    Wheels are Turning도 좋죠!!
    I can't fight this feeling any more~
  • 솔직녀 2009/09/19 00:29 # 답글

    I can't fight this feeling any more 너무 좋아합니다.
  • bonjo 2009/09/19 20:29 #

    케빈 크로닌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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