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규가 제정신(?)으로 글을 쓴 것은 아마도 [삼미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을 썼을 때 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구영웅전설]이나 [핑퐁]이나, 이 단편집 [카스테라]에서 박민규는 현실의 고리를 끊어 상상과 공상의 고리와 연결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펼칩니다. 개연성의 흐름 위에 억지스러운 장치들과 단어들을 흩뿌려 이것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경계가 모호한 상태를 만듭니다. 상황과 개념들의 함축성과 상징성은 시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소설을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면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박민규의 글들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가 아니라 참신한 작가주의 소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미 세상이 말도 안되는 모양세로 굴러가고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나 이 이야기를 읽고있는 우리들이 보고 듣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가 말도 안되고 억지스럽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박민규식의 엉뚱한 상상이 아니고서는 이겨내거나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소외되고 결핍되고 찌그러진 사람들, 어쩌면 박민규의 자화상이고 독자들의 모습인 그 '우리'들이 꿈속이나 상상속에서나마 위안을 얻고 탈출구를 찾는다면 그로써 좋은것이 아닐까요.
허지웅의 [대한민국 표류기]의 고시원 시절의 글을 읽다가 문득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떠올라서 다시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덧글
여름 2009/04/07 23:09 # 답글
출장중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뛰어내리고 싶었습니다.
bonjo 2009/04/08 00:10 #
제 생각에도 핑퐁은 좀 무리였다 싶습니다. 이런 괴팍한 구조는 단편으로 해야;;
뭔가 온라인으로 새로 연재하고 있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