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 제프 롱 ▪ Books


지옥이 어쩌고 악마가 어쩌고 하는 광고문구에 홀려서 읽어보았습니다. 판타지 소설이 아니고서야 종교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실체화 시켜 표현을 할까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만, 역시나. 이 소설에서 말하는 사탄과 지옥은 전통적인 종교에서의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아니 다르다기 보다는 정확히 같은 것으로 표현되지 않고,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등 비교적 본격적으로 사탄에 대해 표현하는 것에 비해서는 간접적이고 모호합니다.
광고문구를 보면 왠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와 같은 분위기일 것 같은데, 막상 줄거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좀 엉뚱하지만 X-Box360의 게임 타이틀인 [Gears Of War]가 떠오릅니다. 땅속 깊은 곳에 말도 못하게 넓은 공간이 존재하고 그곳에 악의로 가득한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어느쪽이 어느쪽을 참고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이 소설의 원작 발표 시기를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작가가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니어서 장면이나 환경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좀 약한 편인데, 만약 [Gears Of War]를 해본 사람이라면 좀더 장면의 상상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분위기 면에서 [Gears Of War]가 떠올랐다면, 전체적인 스토리면에서는 신대륙 탐사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생소한 환경속에 던져진 탐험대, 적의를 갖고 주위를 맴도는 원주민과의 갈등, 무력대결, 죽어나가는 사람들, 길을 잃은 원정대,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닌게 아니라 권말에 있는 작가 인터뷰를 보니 작가에게도 서부 개척시대나 신대륙에 관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편집이 서투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이 군데군데 주요한 장면에서 이야기가 비약하거나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는 등 흐름을 끊는 부분이 있고, 너무 여러가지 요소들을 한 이야기 속에 넣으면서 한가지 흐름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뛰어난 상상력에 기반한 아주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입니다. 주로 책은 출퇴근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인데, 이 책은 손에서 뗄 수가 없어서 직장에서도 틈틈히 읽고 퇴근후에도 계속 읽어내려가 분량에 비해 무척 짧은 기간에 읽어버렸습니다.  

드림웍스에 판권이 팔려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스토리의 잔가지들을 좀 쳐내고 굵은 줄기를 따라 영화로 제작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이미 개봉된 동명의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덧글

  • 荊軻 2009/04/05 22:59 # 삭제 답글

    기어오브워라니~
    그러고 보니 다시 한번 꺼내서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마직 메탈리카는 올 생각을 안 하고...
  • bonjo 2009/04/06 09:23 #

    기어오브워 잼나지~~
  • CelloFan 2009/04/06 13:45 # 답글

    요새 독서량이 대단하심다!
  • bonjo 2009/04/06 13:56 #

    와구와구 읽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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