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s For Ophelia - Ibadi / 2009 ▪ CDs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밴드 Ibadi의 미니앨범입니다. 평소 클래지콰이에 대해서는 그리 호감을 갖지 못했던 터라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Ibadi에 대한 여러 칭찬들을 접하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쿠스틱을 지향한다는 밴드 구성을 보고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밴드 홈페이지에서 샘플 몇 곡을 듣고는 구입하게 되었지요.

앨범명 [Songs For Ophelia]은 이 미니앨범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있습니다. 오필리아의, 혹은 오필리아를 위한 노래. 햄릿의 연인이었고 비극적인 죽을을 맞게되는 오필리아에 관한, 오필리아를 위한 앨범입니다. 오필리아는 섹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뿐 아니라 수많은 화가나 시인들에 의해 다시 그려지는, 예술가들로부터 무척이나 사랑받는 캐릭터입니다. 왠지 음악들 중에도 오필리아를 소재로 한 것이 있을법도 한데 지식 수준이 미천해 알 수가 없군요...-.-;; 어려서 문학, 특히나 고전 문학과는 담을 쌓은 소년이었던 제가 오필리아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은 멜깁슨이 연기한 [햄릿](1990) 영화를 본 이후였습니다. Helena Bonham Carter가 분한 오필리아는 너무나 아름다왔고, 미쳐버렸을 때엔 너무나 안타까왔고, 또 그 죽음 앞에서는 또 너무나 슬펐습니다.


너무나 큰 슬픔에 미쳐버린 오필리아의 모습을 보니 또다시 안구에 습기가...ㅜ.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저 영화를 찍었을 당시 24세. 아무리 봐도 10대 마스크 아닌가요....-.-;;


아무튼, 국내 아티스트가 이런 식으로 컨셉 앨범을 내놓았다는 것도 무척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음악도 주류음악이 아닌데다가 그런 앨범이 -호란의 네임벨류 덕이라 해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팔려나간다는 것은 더더욱 반가운 일이지요.
음악 자체는 뭐라고 장르를 따로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입니다. 호란의 목소리나 '어쿠스틱을 지향한다'는 추상적인 수사보다는 밴드를 특징짓는 요소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앨범은 총 여섯곡으로 구성되어있고 곡들의 길이도 그리 길지 않지만, 오필리아의 짧은 삶을 노래하는데에는 오히려 아쉬움을 주는 편이 낫지도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한참 몰입해 듣다보면 어라 벌써 끝나버렸네. 해버리는.
앨범을 듣다보면 첫번째 곡 Love Letter의 연주부분에서 어랏 해버리게 됩니다. 이 부분은 누가 들어도 Pat Metheny에 대한 헌사입니다. 리듬, 음색, 연주형식, 모두가 Pat Metheny표입니다. 이 연주부분만 떼어서 Pat Metheny를 아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Pat Metheny 신곡이래"라고 한다면 열 중 아홉은 속을 것이라는데 오백원 겁니다.;;; 물론 멜로디를 배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절이나 그 비슷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아마도 작곡/편곡을 한 맴버가 Pat Metheny의 열렬한 팬이겠지요.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정신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부분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뽑아낸 훌륭한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마지막 곡으로 삽입한 "Curtain Call"이라는 곡의 존재입니다. 이 곡만 떼어놓고 본다면 좋은 곡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쿠스틱으로 오필리아의 정서를 따라 잘 따라오던 곡의 흐름이 난데없는 일렉트로니카 풍의 이 곡에서 망가져버리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오필리아의 죽음 이후 왠지 그 슬픈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 팬들을 위해 수습해주는 듯한 인상입니다만, 연극이 끝난 이후의 감정 수습은 관객들의 몫이라는 것이지요. 죽었던 오필리아가 벌떡 일어나 밝은 조명 아래에서 분장을 드러내고 "집까지 조심해 가세요~"라고 노래하는 것은 과잉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5번트랙까지는 100점 주고싶습니다. ^^;




Ibadi 홈페이지에 가시면 샘플을 들을 수있습니다.
http://www.ibadi.co.kr





덧글

  • 荊軻 2009/03/27 00:17 # 삭제 답글

    아무리 봐도 햄릿은 정치가로 살기에는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손에 술병, 한손에 칼을 끼고 사는 삶을 사는게 어울렸을지도...
  • bonjo 2009/03/27 00:32 #

    원래 그랬던걸까, 아니면 그렇게 된걸까.
    실제로도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거 같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이 영 거추장스러워 불행했던 사람들 말이지.
  • CelloFan 2009/03/27 00:24 # 답글

    이승열의 목소리를 참 좋아하는데, 호란하고도 참 잘 어울리는군요. 구입해봐야 겠네요.
  • bonjo 2009/03/27 00:29 #

    1번부터 5번까지 조용히 듣고있으면 아주 죽여줘.
  • James 2009/03/27 00:24 # 답글

    저도 이 앨범 샀는데, 왠지 예전 이바디 생각하고 사면 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뭐랄까, 꼭 이바디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도 부클릿 속 호란은 지금까지 제가 본 사진중에 제일 이뻤습니다...ㅡㅜ
  • bonjo 2009/03/27 00:28 #

    아- 원래 이바디 음악하고는 차이가 좀 있는가보군요.
    이거 듣고 마음에 쏙들어서 1집도 살까했는데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 파블로 2009/03/27 00:37 # 삭제 답글

    she was beautiful~~beautiful~~~
    개인적인 사연으로 클래지콰이를 아주 좋아합니다...1집은 항상 눈물을 동반하죠...ㅋㅋ
    호란을 보면, 상업적 field에 범인이 아닌것들이 베풀어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이바디를 생각하면, 욕을 많이 해야하는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해하실것같은데, 잘하니깐, 이렇게밖에 못하겠냐는 푸념을 하고 싶답니다...
    전 이승열 싫어합니다...ㅋㅋㅋ
  • bonjo 2009/03/27 09:36 #

    음;; 이바디 맴버들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그런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전 이승열이 누군지 모릅니다.;;;;
  • James 2009/03/27 10:36 # 답글

    아,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듯! 전 1집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ㅡㅜ 2집이 조금 빛을 못받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한번 검색해 보세요. 가만히 들으면 어찌나 목소리와 기타가..아흑 ㅡㅜ
  • bonjo 2009/03/27 14:28 #

    아, 넵. 무슨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홈피에서 샘플을 잘 들어봐야겠네요. ^^
  • 여름 2009/03/28 14:30 # 답글

    너무 잰체하는 밴드같더라구요.
    호란빼고는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뻣뻣하게 보여서리.
    개인적으로 김윤아보단 호란을 쪼끔더 좋아하는데,
    오늘 제딸이 백지영의 노랠 좋아한다면서 틀어달라네요.
    그래서 백지영 승리입니다.ㅋ
    그래도 호란은 살아남아야 할텐데 하는 응원도..
  • bonjo 2009/03/28 21:50 #

    클래지콰이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호란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본건 이 앨범이 처음입니다. 발성이 참 매력이 있네요.

    잰체한다는건 어떤 말씀이신지 이해가 갈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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