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시'라는 가상의 동경 근교 소도시를 배경으로 자기 이름을 딴 '다다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30대 중반의 주인공,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그의 일상 속으로 뛰어든 괴짜 동창생 교텐의 일년간의 이야기입니다. 개를 맡아주거나 아이의 하교길을 봐주는 등 아주 사소한 심부름부터 마약 판매상이나 살인사건과 관련된 골치아픈 사건에 연루되는 등 이야기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굴러갑니다. 이 사건들 속에서 내성적이고 속을 잘 보이지 않는 다다와 말을 마음에 담아두는 법이 없고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움직여버리는 (다른 의미로)속을 알 수 없는 교텐이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면서 교텐이 안고있는 상처와 사연, 그리고 다다가 안고있는 과거의 상처가 폭발적으로 반응하며 비이커를 폭발시켜버릴 듯 하지만 상처입고 외로왔던 둘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존재가 됩니다.
오래간만에 일본 소설을 집어들었습니다. 독서 목록을 보니 작년 6월에 [69]를 읽은 이후 일본 소설은 이게 처음이로군요. 일본 소설들은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일본 문화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공통적인 향입니다. 상당히 꼼꼼하고 지나칠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인상 자체는 그리 진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일본 공산품에서도 느껴지는 특유의 기품이라고나 할까요. 그러한 향 때문에 '가볍다'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읽는 즐거움만으로 따진다면 어떤 문화권의 어떤 장르와 비교해도 앞서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전에 온라인 서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아 재미있게 읽었던 [나카노네 고古만물상]과 비슷한 풍의 제목 때문에 일종의 선입견(아무 근거도 없는)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좋은 기분입니다.

덧글
여름 2009/03/07 22:27 # 답글
저희집에선 두달째 올리버색스의 뮤지코필리아란 두꺼운 책이 마루에서 방으로 책장으로 옮겨 다니며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 주인님이 바쁘기 때문이죠.
빨리 4월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책읽고 음악 편히 듣게요.
bonjo 2009/03/07 23:13 #
荊軻 2009/03/09 11:27 # 삭제 답글
진지하지만 한(恨)으로 묻어두지는 않는달까요.
관계의 설정을 상호간에 암묵적으로 맺어두고 사는 듯한 느낌.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bonjo 2009/03/09 12:09 #
사람 사이의 관계는 더더욱 완전하지 않을 것이고,
사정이 그러하니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평화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소극적이고 비겁하다기보다는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