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비밀 - 데이비드 셰프 ▪ Books

세월도 수상하고 하는 일은 풀리지 않고 하던 차에 뭔가 자극이 될만한 책이 없을까 하며 서점을 어정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책입니다. 일단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의 부피가 묵직한 것이 가볍게 발랑거리지는 않을 것 같아 선택을 했습니다. 닌텐도라 하면 가정용 게임기의 창세기부터 써 온 기업이고 무엇보다도 제가 궁금했던 것은 닌텐도64 부터 게임큐브 까지의 짧지 않았던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고른건 실수였습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있는 것은 1993년까지의 닌텐도이니까요.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93년 슈퍼 페미콤이 발매된 시점이었고 그 이후의 이야기, 즉 Playstation, 세가세턴, MS의 Xbox 등에 위축되어있던 이야기와 닌텐도DS와 Wii를 통한 '왕의 귀환' 스토리는 간단하게 요약되어 편집자 후기로 적혀있는 정도입니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이 닌텐도의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재기를 한 스토리에 관한 것일겁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1993년도 출판된 책을 번역하여 내놓은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낚인 제 탓을 해야겠지요.

책 자체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닌텐도의 창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일본에서 게임 사업에 진출하게 된 이야기, 아케이드용 게임과 가정용 게임기 사업으로 발전해나간 이야기, 그리고 닌텐도 아메리카의 성장 이야기들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주요 인물들의 성격 묘사라든지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갈등과 협력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닌텐도의 이야기만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닌텐도와 좋든 나쁘든 인연을 맺게 된 아타리, EA, SEGA 등 주변 회사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매우 상세하게 저술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독자들은 결국엔 성공한 닌텐도와 경쟁에 뒤떨어진 혹은 협력하여 함께 성장한 회사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 만약 이 책이 슈퍼페미콤까지가 아니라 닌텐도DS, Wii의 시기까지 서술을 했다면, Sony나 MS와의 경쟁, 여러 서드파티들과의 갈등 등을 상세히 묘사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지의 제왕]이나 [삼국지] 정도의 분량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의 형식 자체는 경영 지참과 같은 실용서가 아니라 닌텐도의 역사를 서술해간 연대기입니다. 물론 그 역사로부터 구체적인 경영 지침 등을 뽑아 정리해볼 수도 있겠지만, 한참을 읽다보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사의 성패란 것은 노력과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운만으로 되는 것도 아님을 닌텐도와 그 주변의 회사들이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러한 사상은 닌텐도任天堂라는 회사 이름이 이미 모두 설명하고 있는 듯 합니다.
경영학적 실용성을 떠나서 닌텐도라는 회사에 대해 혹은 게임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닌텐도DS나 Wii의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너무 재미있어서 상당히 부지런히 읽은 편인데도 분량도 많고 꼼꼼히 읽다보니 상당히 오래 붙들고 있게 된 책이었습니다.

PS.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다빈치의 유산]이라는 책의 제목에 낚여 읽고 난 후 다짐하게 된 것이 '번역서는 원제를 확인하자'였는데 하나의 지침이 추가되었습니다. '시사성이 있는 책은 저작년도를 확인하자'








덧글

  • 荊軻 2009/03/01 00:01 # 삭제 답글

    화투재벌 임천당의 환골탈태기로군요.ㅎㅎㅎ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무지하게 삽질도 많이 한 기업이라고 하던데...
  • bonjo 2009/03/01 02:09 #

    응 맞아 초반부의 그 삽질기 부분도 상당히 흥미있지.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 삽질한 닌텐도는 결국 후에 한 우물을 파 살아남았고, 라이벌격인 아타리의 사장은 초기에 한우물을 파 미국 게임시장을 제패하다가 나중에 삽질을 해서 망했다는거.
    하여튼 좀 오래되어 싱겁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무척 재미있는 독서였어. 삼국지를 적벽대전까지만 읽은 기분이랄까. ㅋㅋ
  • focus 2009/03/02 15:37 # 답글

    다 좋은데 애들꺼 A/S 보낸지 3주지나도 안오는군요...쩝
  • bonjo 2009/03/02 16:32 #

    3주나 걸린다면 뭔가 이상한데요?
    전에 저희집 아이꺼 A/S 맡겼을 때는 배송기간 뺀 처리 자체는 이틀 걸렸습니다.
    한번 연락해보심이...
  • focus 2009/03/04 16:31 #

    알것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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