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Wide Live - Scorpions / 1985 ▪ CDs

어느 음악이 그렇지 않겠느냐만, 특히나 Arena Rock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80년대의 헤비메탈 음악들은 팬들에게 환상을 선사했다. 거대한 무대와 수만명의 관중 앞에 기분좋게 울리는 악기소리. 환호성. 절규하는 미녀들. 코러스를 따라하는 관중들의 합창. 통속 환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용사가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해 부귀영화를 누리는 구조와 비슷하다. 아찔한 연주와 액션은 용사의 검놀림과 같고 화려한 무대와 조명, 특수효과들은 온갖 마법들과 용이 뿜어내는 불덩이이다. 관중들의 환호는 용사를 칭송하는 백성들쯤 되려나.
그 시절 그 음악들을 듣던 이들 중, 작은 방을 무대삼아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하고 필통을 마이크 삼아 립싱크로 노래 한자락 뽑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눈을 감으면 수만의 관중들이 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의 연주에 환호를 한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수만의 관중들 중 하나가 되어 노래를 따라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라도 했으리라.
그러한 판타지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무너져내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환상은 끝나고 땀내나는 현실의 락 음악이 득세를 했다. 물론 탑클래스 밴드들은 여전히 수 만의 관중 앞에서 초 대형 공연을 하지만, 예전에 비한다면 극히 제한된 소수의 호사일 뿐이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락음악, 특히 헤비메탈의 문법이 바뀌어 추상적인 환상보다는 구체적 기교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시대가 그립다고 한다면 이상한 소리가 될 것 같아 접기로 하고, 그저 그 시대의 음악들을 들으면 그 신바람났던 락 판타지가 어렴풋이 되살아난다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1985년 Scorpions는 이 앨범으로 인기의 정점頂點을 찍었다. 정점이라는 것은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이라는 아쉬움을 동반하지만 어느 누가 늘 정상에 있을 수 있을까. 참 대단했던 시절이었다는 기억으로 팬들이 흐뭇해 할 수 있듯이, 그 시대 그정도의 인기를 얻었다는 과거만으로도 Scorpions도 충분히 행복하리라.





Black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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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鷄르베로스 2009/02/26 22:19 # 답글

    밸리보고 방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스콜피온스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fly to the rainbow 이지만 앨범은 단연 월드와이드라이브' 였죠.

    새로운 밴드의 음반을 구입하기보다는 예전 LP로 만났던 밴드들의 앨범을 다시 CD로 구매하는게 더 즐겁고 뿌듯한 경우가 많더군요
  • bonjo 2009/02/26 23:49 #

    올드 Scorpions의 음악도 참 좋았지요. 유럽의 향취랄까 묘한 분위기들 말이죠.

    오래된 LP들에 지난 세월만큼의 기억들이 녹아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
    LP를 CD로 교체하는건 그 기억들을 먼지 털어내고 반짝반짝 닦아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주머니가 가벼울 때는 무척 꾀가 나기도 하지만 저도 무척 즐기는 작업입니다.
  • 여름 2009/02/26 22:44 # 답글

    CD가 번쩍 번쩍 빛나네요.
    Tokyo Tape와 WWL 앨범만 있으면 전갈들의 음악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작년인가 출시된 DVD에선 마이클쉥커 부자,울리히로스, 헤르만라레벨까지 협연을 보여줘 감동을 준것도 있지만.
    동생이랑 고등학교시절 Rock You Like A Hurricane을 Air Guitar하던 생각이 납니다. 빠빠빰!
  • bonjo 2009/02/26 23:44 #

    번쩍임이 느껴지십니까? CD로 산지 얼마 안됐거든요...-.-;;
    focus님 포스팅을 본 날이었던가, 어느날 갑자기 어라 스콜피온스 CD가 하나도 없네? 하고 자각을 해서 부랴부랴 산 것이 이 앨범이었죠.
    빽판 라이센스 섞어서 LP로는 다 구비했었는데 다시 사려면 어지간히 꾀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
  • 젊은미소 2009/02/27 05:35 # 답글

    이 앨범 발매 당시에 더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원판으로 구입했던 추억이 새롭군요. 당시 원판이 장당 만원 정도 했는데 더블 앨범은 만 오천원 정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참 많이 들었고 Still Loving You는 친구들이랑 같이 연주하기도 했었던 그 추억은 돈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거겠지만 말이죠.
  • bonjo 2009/02/27 09:29 #

    Still Loving You, Holiday, Always Somewhere, 세 곡은 아마츄어 기타리스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레파토리들이었죠. ^^
    추억은 방울방울...
  • 다이고로 2009/02/27 09:18 # 삭제 답글


    이 앨범 더블LP의 두꺼운 자켓을 펼치기 직전의 두근거렸던 그 설레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설레임이 80년대에는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 bonjo 2009/02/27 09:32 #

    LP들 중에도 더블앨범들은 유난히도 감동이 있었습니다. 쫘악 펼쳤을 때의 그 기쁨이란. ^^
    CD 시대가 열리면서 음반을 구입하여 소유하게 되는 감동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빅뱅,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 그룹들도 더블 LP 자켓으로 판다면 판매량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荊軻 2009/02/27 11:49 # 삭제 답글

    멋져용!
  • bonjo 2009/02/27 11:59 #

    멋지지!!! 저 시대 락커들은 정말 다들 멋졌어.
  • focus 2009/03/02 15:42 # 답글

    LP 를 씨디로 변환하며 아쉬웠던 앨범중 하나였습니다..
    노래를 더 넣어주면 굿인데, 노래를 빼고 한장에 때려넣어서 아쉬움컸던 앨범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역작이지요..^^
  • bonjo 2009/03/02 16:37 #

    안그래도 focus님 포스팅 보고나서 산거라 구입할 때 잘린 곡 없나 확인하고 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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