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작가인 정민 교수에게 저작 요청이 워낙 많은지, 최근 나온 책들은 공동집필이다. 그래도 '고전 해석'이라는 소재가 소재인 만큼 고갈될 염려도 변질될 염려도 없다. 이번 [아버지의 편지]는 지난번 책인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와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의 경우 그 내용이 유언이거나 가훈을 전해주는 굵직한 줄기였고 이번 [아버지의 편지]는 관직 혹은 귀양살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사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보낸 일상적인 편지들을 묶은 것이라는, 내용의 경중의 차이를 빼고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한 정서를 갖는다.
국사책을 통해서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 모두 열 명의 조선시대 문인들의 편지가 실려있는데 편지들의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집안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소소히 걱정하고 참견하고 공부는 잘 하고있느냐는 세세한 잔소리부터, 물건을 보내면서 덧붙인 메모에 가까운 짧막한 내용까지 다양하지만, 그 모든 내용들을 타고 흐르는 자식을 걱정하는 절절한 마음은 모든 편지들에 동일하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있는 아버지상이라고 하면, 전후세대의 '우리 아버지' 이후가 전부인데, 이 열 명의 아버지들은- 이 책에 실린 편지의 내용을 보자면 -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바빠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는 자식들에게 이런 저런 신경을 쓸 여유가 생긴 우리 세대의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자식들에 대한 관심이 놀랍도록 세밀하고, 구체적인 내용들까지 관심을 갖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보고싶다는 식의 살가운 표현들 까지도 머뭇거림 없이 하고있다.
이 책에 실린, 관직에 있는 아버지들은 청렴해서 가난하고, 귀양살이 하는 아버지들은 당연히 가진 것이 없지만, 궁핍한 가운데서도 아비와 떨어져 고생하고있을 가족들, 특히나 자식들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은 읽는 동안 가슴을 울려온다.
모두 다 부모가 있고, 또 대부분은 부모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책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종류의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들어야 할 이야기이고, 또 우리가 자식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 2009/02/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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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2
덧글
荊軻 2009/02/08 23:50 # 삭제 답글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들이 바라는 건 [공부 잘하라] 와 [나라일에 엮이지 마라]로 압축이 되는 듯 해서
별반 다를 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죠. 그나마 선조들의 유훈은 [사람답게 살라]는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애들에게 전해준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bonjo 2009/02/09 09:26 #
결국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