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 무라카미 하루키 ▪ Books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지난번 [먼 북소리]라는 기행문으로 만난 이후, 두 번째 잡은 책도 기행문이 되어버렸다. 왠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에 기행문 코너를 뒤적거렸는데, 시드니라는 여행지가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저자명에 홀려 후딱 사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먼 북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도 둥둥 울렸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집어든 책인데, [먼 북소리]와는 상당히 다르다. 짧막한 소개였지만 책 소개에서 간파했어야만 한 여러가지 상이점이 있다. [먼 북소리]는 수년간 아내와 함께 한 자발적인 타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승리보다 소중한 것]은 3주간의 올림픽 관광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자의에 의해 간 여행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기획 출판을 위해 경비를 대고 하루키를 보낸, 그런 형식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용도 깊이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전자는 생활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면 후자는 하루 하루 일을 위해 짜내는 리포트라고나 할까.
하루키는 마음 내키는 대로 시드니 올림픽을 관람한다. 개막식 행사에 지루함을 느껴 중간에 나와버리기도 하고 운동경기도 보고싶은 것을 무작위로 관람하며 리포트를 작성한다. 야구와 축구를 봤으니 핸드볼도 한번쯤 봐주면 좋겠지? 뭐 이런 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책의 제목 만큼이나 승패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로 관람을 하고있다. 마라톤 광인 하루키인 만큼 '달리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있는 표현 부분들은 아주 근사하다. 물론 올림픽 경기만 묘사되는 것은 아니고 운동장 주변의 풍경이나 관람하는 운동경기 사이사이의 이야기들이 하루키 형식의 재미있는 문장들로 묘사되어있다.

국가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들어버린-하루키의 표현이다- 올림픽이라는 행사 자체에 대해 짜증나있는 듯 하지만 하루키 특유의 유머감각과 유쾌한 필체는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닌지라, 즐겁게 읽기는 했다만 [먼 북소리]의 둥둥거리는 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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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 music : 중국견문록 - 한비야 2009-01-03 20:43:09 #

    ... 하루키의 시드니 여행기 [승리보다 소중한 것].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이어 연달아 읽는 기행문이다. 하루키 특유의 맛있는 문장과 위트, 카잔차키스의 심오한 철학도 없다. 한비야의 글은 10대 소녀의 ... more

덧글

  • CelloFan 2008/11/26 11:00 # 답글

    하루키의 기행문. 일단 쌓아놓은 책들부터 처리하고 한번 생각해봐야 겠군요. 먼 북소리부터...
  • bonjo 2008/11/26 11:25 #

    이 책은 그닥; 먼 북소리는 꽤 괜찮음.
    오늘 아침부터 니가 사준 [영국기행] 읽기 시작했는데,
    번역이 션치 않은 건지 내가 집중을 못한 건지 문장 파악이 매우 어렵다...-.-;;
    매우 험난한 독서가 될 듯.

    그리고, 매카시 [핏빛 자오선] 출간됐다.

    글고 로펜아 늦었지만 (생일선물로)뭐 필요한거 없냐...-.-;;
  • CelloFan 2008/11/26 11:44 #

    핏빛 자오선으로 하지요 ^^
  • bonjo 2008/11/26 12:31 #

    아 이런; 좀 일찍 물어보고 어제 주문할 때 한 권 더 주문할 것을!
    일단 주문한 걸 너한테 넘기고 다음 주문 들어갈 때 한 권 더 사야겠군. ㅋㅋ
  • 荊軻 2008/11/26 11:16 # 삭제 답글

    이상하게도 하루키 책에는 손이 안 가더군요.

    위스키 앞에 놓고 쉬폰케잌먹는 기분이랄까요.
  • bonjo 2008/11/26 11:29 #

    나도 하루키라고는 읽은 것이 [먼 북소리]랑 이 책 두 권 뿐이야;
    나에게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기행문을 전문으로 쓰는 여행가야..-.-;

    소설 몇 권 집에 있어서 읽어 볼 참임.
  • 여름 2008/11/26 11:33 # 답글

    오늘 일단 먼북소리 주문 넣을 예정입니다.-감사합니다.좋은 책들일 것 같네요
    두어달 책주문을 안했더니 와이프의 경계가 느슨하네요.
    글잘쓰는 사람에 대한 컴플렉스가 지겨운 사람이....
  • bonjo 2008/11/26 12:28 #

    두 달이나 참으셨다니 대단한 인내심이십니다. ^^;;
    저는 긴축이닷!!! 하고 작심한 것이 언제라고 벌써 적응(?)되어버리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 荊軻 2008/11/27 00:42 # 삭제 답글

    형님 주소 바꿨습니당~
  • bonjo 2008/11/27 10:27 #

    오케이. RSS 바꿨음.
  • gershom 2010/04/03 17:44 # 답글

    토요일 오후..
    본조님 블로그 죽 탐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루키 좋아 하거든요..
    언더그라운드.. 권해드립니다..

    이 글 읽으실지 모르겠네요..
  • bonjo 2010/04/05 11:27 #

    언더그라운드.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겠습니다.
    이것도 소설은 아니군요...-.-;;; 하루키의 소설은 단편 말고는 읽어본게 없네요. [1Q84]도 완결되면 읽으려 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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