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예쁜 말들 - 코맥 매카시 / 김시현 역 ▪ Books

코맥 매카시의 책이 새로 나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에 이은 세 번째 번역이다. 책 날개에 보니 동일 번역자가 세 권의 책을 순서대로 번역할 예정인 듯 하다. 번역이 무척 마음에 드는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에 나온 두 권의 책이 개인적 혹은 세계적 완전 절망의 상황 속의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면, [모두 다 예쁜 말들]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스토리 중 위기도 찾아오고 완전이 끝장이구나 싶은 장면들도 만나게 되지만 가느다란 희망의 끈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진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카우보이를 꿈꾸는 16살, 17살의 소년들의 가출기'인데, 텍사스-멕시코를 잇는 넓은 황무지, 사람의 목숨이 너무 쉽게 왔다갔다 하는 환경적, 시대적 상황 등이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내며 긴장감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어떤 반전이나 꼬여진 사건 구조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맥카시 특유의 치밀한 표현들을 통한 감정 표현을 통해 마치 읽는 내가 멕시코의 황야에 내던져진 듯한 간접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좋은 사람, 악의를 갖고있는 사람, 별 의미 없는 사람, 이런 만남들 가운데서 내가 의도한 일 외에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고 그것이 나를 구속하고 어떤 상황 속으로 밀어붙이기도 한다. 비슷하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일이 해결되기도 하는 인생의 모습. 그 서로 다른 수많은 인생들 속의 동일한 패턴들이 맥카시의 텍스트 안에 담담히 담겨져있다.

국내에 소개된 맥카시의 책 세 권은 번역자가 모두 다르다. 읽어본 느낌으로는 세번째 번역자인 김시현 씨의 번역이 가장 매끄러운 듯 하다. 역자 후기에 보니 번역에 대한 고충을 적어놓았다. 맥카시의 글은 읽는 이에겐 더없이 즐겁지만 번역하는 이에겐 너무나 어려운 문장들이라는 것이다. 그 고통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특히나 서술보다는 묘사가 중심을 이루는 맥카시의 문장들은 작은 뉘앙스 차이로도 그 분위기라든지 원 저자가 의도한 바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간 예정인 세 권의 책에서도 좋은 번역을 기대한다.







덧글

  • 여름 2008/10/07 21:20 # 답글

    '로드'를 지난 봄 화창하고 개운한 밤에 읽었습니다.
    부담되지 않은 두께에 간결한 문체(물론 번역본이지만)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뒤의 느낌은..
    아마 Bonjo님과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08년 제머리를 때린 두가지 미디어가 있다면 '로드'와 추석연휴기간의 영화 '즐거운인생' 일 것입니다.
    '노인을....' (잠시 머뭇거리다 못샀습니다.)이나 '모두가..'는 무서운 와이프의 책에 대한 구입금지조처가 마치면 사야겠죠.
  • bonjo 2008/10/08 00:02 #

    즐거운 인생은 극장 걸렸을 떄도 너무 보고싶었는데 놓쳤고,
    추석에도 TV에서 한다고는 들었는데 보질 못했네요. 그거 꼭 봐야 하는데...-.-;;

    어서 해금(?) 되셔서 노인, 예쁜말, 꼭 보시길 바랍니다. ^^
  • 음반수집가 2008/10/07 22:18 # 답글

    저도 근래 코맥 매카시에게 듬뿍 빠져있습니다.
    로드와 노인을...에 비해서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잘 읽히지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 bonjo 2008/10/08 00:04 #

    저는 로드와 노인을 너무 긴장하면서 봐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예쁜 말을 기분 좋게 본 것 같습니다.
    예쁜 말도 중반 넘어 분위기 험악해지면서 어어 이거 왜이러냐 하면서 약간 불안해 하기도 했지요.
    제가 워낙 해피앤딩 지향적이라서 말이죠...-.-;;
  • CelloFan 2008/10/08 00:23 # 답글

    코맥 맥카시꺼는 완전 필독서죠! ^^ '미스틱 리버' 와 '가라 아이야 가라' 의 데니스 르헤인의 소설도 읽어보셈. 완전 좋슴다. 둘다 영화화 되었죠.
  • bonjo 2008/10/08 00:39 #

    가라 아이야 가라는 어느나라 말인가 했다.-.-;
    데니스 르헤인이라. 체크체크;;;
  • bonjo 2008/10/08 13:42 #

    로팬아 데니스 루헤인은 리뷰 읽어보니까 좀 무서울 것 같던데. 덜덜덜..-.-;
  • 젊은미소 2008/10/08 12:57 # 답글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No Country for Old Men 원작 소설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왔더랬는데요.. 그 건조한 문체에 넉 다운 되어서 한 스무 페이지인가 읽다가 포기하고 반납했다는... -_-;;
  • CelloFan 2008/10/08 13:19 #

    요사이 미쿡소설들의 큰 흐름중 하나가 바로 '하드 보일드' 인것 같습니다. 코맥 맥카시도 그렇고 데니스 르헤인도 그렇구요.
  • bonjo 2008/10/08 13:31 #

    헉- 영어 원문은 또 그런가보군요. 아니면 지나칠 정도로 서술이 배제되고 묘사 중심의 글이라 그렇게 느껴지신 걸까요?
  • 젊은미소 2008/10/09 07:56 #

    일단 따옴표가 없고 문장 자체가 비문이라 논-네이티브로서는 좀 힘들더라고요. 미국 남부 사람들 말하는 거 들어보면 발음 뿐만 아니라 문장 구석 구석이 뭉개지는 면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글로 옮겨 놓으니. ㅠ_ㅠ 서울말만 아는 외국인이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 그대로 쓰여있는 소설을 읽으면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문체 자체도 드라이하고...
  • bonjo 2008/10/09 09:21 #

    아...사투리-.-;;;
    대화에 따옴표 안넣는 것은 추세인가봅니다. 주제 사라마구 같은 경우도 따옴표 안쓰죠.
  • 까칠한데 2008/10/12 20:57 # 답글

    우와 보고 싶어요~! 너무 기대되는 책이라 내일 바로 지르겠습니다.
  • bonjo 2008/10/12 22:50 #

    중반까지는 별 사건 없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좀 지루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
    중반 이후부터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1 맨 마지막 두 편밖에 못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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