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I - 스티그 라르손 ▪ Books

타 문화권의 책, 특히나 비교적 익숙한 영어나 일어를 벗어나는 문화권의 저작물을 읽을 때 마다 아주 곤혹스러운 것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사람의 이름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긴 하다) 지금 막 책을 손에서 놓은 순간 등장인물의 이름이라고는 밀레니엄의 사장 에리카, 편집자이자 주인공인 미카엘, 두 개 뿐이다.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고 각자의 극중 역할이 뚜렸해 다른 '이름 기억 못하는 책'들에 비해서는 별 헷갈림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3부작 소설인 [밀레니엄]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며, 원래는 10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3부를 집필한 후 작가가 사망하여 3부로 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스웨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1부만 나온 상태로, 2, 3부는 번역중이다. (각 부는 독립적인 스토리를 갖고있기 때문에 스토리의 흐름이 중단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얼개는, 은퇴한 재계 거물이 기자 한 명을 고용하여 수 십 년 전 실종된(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조카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건을 풀어가는 단서들은 매우 치밀하게 배열되어있고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사건 자체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사건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과, 범인이 누구인지는 또 별도이며, 의뢰인의 주 의뢰 목적인 조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또 별도이다. 그렇게 겹겹으로 쌓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빠른 호흡의 영화 편집에 가까운 이야기/장면의 구성 뿐 아니라 캐릭터 설정이 매우 탁월하고 꼼꼼한 세부 묘사 덕에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스크린이 펼쳐지고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스토리 외에 또 한가지 재미를 주는 요소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라고 하는 여 주인공 캐릭터이다. 기괴하면서 매력적인 이 캐릭은 스토리를 따라 남자 주인공과 서로 반응하며 내적으로 변화해가며 주제가 되는 사건의 해결 외에 또 다른 사건의 해결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두 권의 책이 있는데, 하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 이며, 또 한 권은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 세 번째 이야기]이다. 푸코의 추의 경우는 주인공이 글을 쓰는 기자라는 점과 그 직업상의 특징 때문에 주인공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보였고, 열 세 번째 이야기는 수 십 년 전 과거의 사건과 인물들이 현재라는 틀 속에 되살아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이정도 구성과 캐릭터라면 헐리웃에서 군침을 삼킬만도 한데, IMDB를 뒤져봐도 제작 예정은 없는 것 같다. 나름 "반전"요소가 있는 줄거리 때문에 영화로서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판권 문제가 꼬여있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 저자 Stieg Larsson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였는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자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그 엄청난 책 판매 수익금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동생이 받고 있고, 그 문제로 법정 소송중이라고 한다.



안습 디자인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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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 music : 밀레니엄 II - 스티그 라르손 2009-03-21 13:51:54 #

    ... 이야기는 1부에 이어져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스웨덴을 떠나 여행을 시작하고 미카엘은 1부에서 해결한 사건으로 전국적인 스타가 됩니다. 밀레니엄에서는 다음 주제로 인신매매와 ... more

덧글

  • CelloFan 2008/09/29 23:19 # 답글

    디자인표지의 소녀는 마치 아담스 패밀리에 나왔던 크리스티나 리치 같아요. 사서 이번 주말에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 bonjo 2008/09/30 09:20 #

    안그래도 어떤 사람도 아담스페밀리 이야기 하더라;;
    책 다 읽고 났는데도 저 표지가 뭘 의미하는건지는 도통 모르겠음.....- -;
  • 여름 2008/09/30 10:08 # 답글

    Bonjo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책에는 에코선생님의 냄새가 있을것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역쉬 에코선생님 이야기가 나오네요.
    부제가 멋지네요.'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전 참고로 '관심없는 남자'^^
    제가 책쇼핑이 해금되면 꼭 주문할 것 같네요.
  • bonjo 2008/09/30 10:30 #

    그런데 사실;; 부제도 표지만큼 뜬금없다는 생각이...-.-; (스포일러 이려나;)
    방대한 분량에 비해 내용은 놀라우리만큼 군더더기가 없고 재미있습니다.
    2, 3부 까지 다 읽고 나면 작가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게 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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