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 Dream Theater / 2002 ▪ CDs


이 앨범은 Dream Theater의 빠돌이를 자처하던 나에게 있어서 위기의 앨범이었다. Dream Theater는 이전작인 5집 [Scenes From a Memory]에서 처음 시도였던 통 스토리 구성의 앨범으로 팬들의 환호를 얻어낸 이후 행보가 조심스러웠으리라. 그래서 무리하게라도 진행된 것이 대곡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를 별도의 CD에 담아 2CD 구성으로 발매된 6집이었다. 그리고 그 2CD라는 구성에 치어 Dream Theater의 음악과 이별(?)할 뻔 한 것이 나의 위기였다.

당시 MP3플레이어가 시중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CDP로만 음악을 듣던 나는 한 장의 음반을 CDP에 넣으면 짧아도 2~3일, 길면 일주일을 그 음반만 들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2CD짜리 음반은 상당히 귀찮은 존재. 게다가 꽉꽉 채워 넣은 2CD도 아니고 CD 한 장에는 넘쳐서 2CD가 되어버린 음반이라 한 장만 계속 듣기엔 너무 짧고,* CD 바꿔 끼워가며 듣기엔 너무 귀찮고 그런 '정이 안가는 음반'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두어 번 듣고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음반이 되어버렸고, 자타공인 DT 빠돌이였던 주제에 공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DT 곡중에 이런게 있었나' 할 정도로 DT에 대해서 슬럼프 상황이 되어버렸다. 음악가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 포멧 때문에 손을 놓게 되다니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싶지만 어쨌든 그것이 현실이었다는 것.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7집 [Train Of Thought]가 발매되었을 때에도 이러한 DT에 대한 태도가 별로 바뀌지 않았고 DT를 집중해서 다시 듣게 된 것은 7집 내한공연에서 'Stream Of Consciousness'에 한방 얻어 맞은 후였다.

오랜 CDP 생활을 끝내고 iPod으로 MP3 플레이어 시대를 시작하면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는 듣기 귀찮은 앨범에서 '가장 플레이 시간이 긴 빵빵한 앨범'으로 이름표를 바꾸었다. 사실 시간만 길 뿐 아니라 구성면에서도 가장 충실한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다. 초기의 견고한 곡 구조와 아기자기한 맛, 5집에서 보여주었던 방대한 구성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기술, 이 앨범 이후로 냅다 내달리는 연주까지 모든 Dream Theater의 여러 장점들이 고스란히 결집해 있는 앨범이기 떄문이다. 'Glass Prison' 부터 시작해서 40분에 이르는 타이틀곡까지, 어느 한 곡 빼놓을 것 없는 빡빡한 구성의 이 곡들을 두 장의 CD로 찢어놓는 DT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니면 CD 갈아끼우기 귀찮아 한 것은 나 뿐이었을까.

Metallica의 신보 [Death Magnetic]에 관한 글을 찾아 읽다보니 클리핑 레벨 바로 아래에서 깔딱거리는 무지막지한 레벨에 관한 글이 눈에 띈다. 이건 사실 Metallica의 신보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발매되는 음반들이 대부분 고레벨로 프로듀싱되어 MP3 리핑하기가 어지간히 신경이 쓰인다. 이걸 직접 느끼게 된 것은 우습게도 요란한 락 음반이 아닌 박화요비의 6집 앨범을 통해서인데, 정말 모든 곡에서 파형이 클리핑 라인 바로 아래에서 춤을 춘다. MP3로 리핑을 하면 음량이 많은 곳에서는 여지없이 클리핑이 발생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CD들이 그렇다. 리핑 후 로그를 살펴보면 피크 레벨이 100%로 기록된다. 곡 중 한번이라도 레벨이 클리핑 레벨을 찍거나 넘었다는 소리이다.
그 Metallica의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냈듯, 음질 면에서도 CD 포멧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다. HDCD나 SACD, DVD-Audio같은 CD의 확장판 같은 미디어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히 규격화된 차세대 포멧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술은 이미 CD 포멧을 뛰어넘은지 오래이지만,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여 CD의 자리를 빼앗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무 미디어 시대로 진입을 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CD 포멧은 이미 한계다.



*사실 이 앨범 총 플레이 타임은 90분이 넘는다. 예전 LP 시절 음반들이 대부분 A/B면 합쳐서 45분 안팎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CD 시대의 기본 플레이타임은 60분 안팎이 아닌가!!!!--- 뭐냐 이 뻔뻔함은;;



The Glass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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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생선 2008/09/16 23:18 # 답글

    전 결성 20주년 기념 라이브앨범 Score를 들어보고 새삼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와 Octavarium을 다시 느껴보게 되었달까요... 덕분에 이제 원곡 들으면 심심하게 느껴지긴 하지만-_-;
  • bonjo 2008/09/17 00:03 #

    저도 그 오케스트라 편곡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돈 좀 들여서 진짜 오케스트라로 녹음 좀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많죠. Score에서도 오케스트라가 좀 질이 떨어지는 편이라 부족함이...-.-;;;
  • 포니우롱 2008/09/16 23:50 # 답글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시디용량의 제한이 없어서 2시디나3시디의 음악들을 1시디로 들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구요 특히 라이브 앨범이 더 그렇죠...저는 아직 시디피를 듣는 원시인이라서 더욱 그게 아쉽습니다...저는 위앨범 좋더라구요...요즈음은 완전 헤비하게 가더군요...다음앨범은 어떨지....
  • bonjo 2008/09/17 00:08 #

    저는 하드타입의 대용량 MP3 플레이어로 갈아타서 이제는 2CD건 3CD건 한번에 몰아 넣어서 들어버립니다.^^; CDP의 MP3 기능을 이용해 보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일일이 구우려니 귀찮더라구요...-.-;;

    Dream Theater는 지난번 앨범에서 좀 지나치게 Chaos 한 모습을 보여줘서; 다음 앨범이 어디로 튈지 사실 조금 걱정입니다. 워낙 뚝심이 있는 양반들이라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만 말이지요 ^^;;
  • Nobody 2008/09/17 00:26 # 답글

    아아아아

    고등학교다닐적에 이앨범사고 쉬는시간에 만족스럽게 들을 수 없어 너무 불만이었죠

    참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 bonjo 2008/09/17 00:44 #

    쉬는 시간에 잠깐 잠깐 듣기엔 별로 친절하지 않은 밴드죠...-.-;; 터뷸런스 한곡을 쉬는 시간에 짬짬히 들으려면 아침부터 듣기 시작해서 점심밥 먹은 후에야 다 듣겠군요 ^^;;;
  • 젊은미소 2008/09/17 00:32 # 답글

    전 Infinity에서 맛이 가서 Scenes에서 싫증난 편이라 이 앨범은 거의 손을 안 댔는데요, 아닌게 아니라 아이팟으로 한번 쭉 들어야 되겠군요.

    클리핑 문제는 사실 나름 심각한데요.. 무손실 압축으로 리핑하면 해결되나요? 애플 녀석들이 지네 포맷 하나만 딸랑 써포트하는 것이 맘에 안 들기도 하고 사실 60기가도 부족한 판이라 전 그냥 160K VBR로 뜹니다.
  • bonjo 2008/09/17 00:42 #

    DT는 앨범마다 새로운 맛을 주는 밴드라 늘 기대가 됩니다. ^^

    메탈리카 신보 196kVBR로 떠서 지금 듣고있는데 이거 완전히 주파수 안맞은 라디오 수준이네요...-.-;;
    노멀라이징 끄고 320k로 다시 리핑중인데 이것으로도 안되면 무손실로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CDP 꺼내야 겠습니다...-.-;;
  • 腦博士™ 2008/09/17 01:08 # 답글

    6DOIT를 내한때 라이브로 들었었는데..
    확실히.. SCORE 앨범때가 더 좋은거 같기도 하고..
    저 앨범 상당히 애착이가요..
    러닝타임이 긴게 장점이자 단점이지만요,,
  • bonjo 2008/09/17 09:37 #

    제 기억엔 그 오케스트라 인트로 부분을 공연 때는 시퀀서를 돌렸거나 MR을 돌렸던 것 같습니다.
    라이브에서는 좀 지겨운 부분이었죠;; 그런 면에서는 Score의 진짜 오케스트라가 나은 듯 합니다.
  • 여름 2008/09/17 10:51 # 답글

    저는 DT를 꽤늦은 TOT앨범부터 앞으로 가며 듣게 되었습니다.
    DT가 'Images and words'로 인기를 얻게 된 시기가 군대 이등병때였고, 제대후에는 키보디스트의 교체이야기 땜에 그리 신통치 않아서였습니다.
    2002년 TOT를 듣는 순간 아차! 싶더라구요. 사람들이 DT, DT하는지 그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헤드폰에서 들리는 CD속의 라브리에의 목소리는 92년의 목소리가 아니더라구요.
    그후론 시대를 거꾸로 전진하여 앞선 앨범을을 하나씩 구해 듣고 있습니다.
    글을 보니 Score앨범이 듣고 싶어지네요.
  • bonjo 2008/09/17 11:10 #

    군대 이야기 하시니 예전에 양평 본가 들어갔다 나오는 길가에서 휴가 나오는 군인이 히치하이킹을 해서 서울까지 태워주면서 같이 DT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어 이거 드림씨어터입니까."
    "예 신보인데 나온지 얼마 안됐어요."
    "아...신보 나왔구나..."
    라고 하는데 그 말끝에 '에휴...좋아하는 그룹 새 음반이 나온 것도 모르고 뺑이까고 있었구나...' 하는 한숨이 섞여 있어서 힘차게 불륨을 올려주었지요. -.-;;
  • 파블로 2008/09/17 13:31 # 삭제 답글

    저는 이 앨범을 아주 좋아하기도 아주 싫어하기도 합니다.
    1번은 잘 안듣게 되고 2번은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죠...
    앨범 완성도가 아주 우수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웨이브 파형을 최대한 줌아웃해서 보면, 직사각형이죠...일명 깍두기(?) 믹싱이라고들 했었는데요...
    문제는 아무 음악이나 다 그렇게들 하죠 요즘은...
    조용한 부분도 지나치게 끌어올려서 그런 부분이 주는 어떤 느낌을 받기가 힘들죠 요즘엔...
  • bonjo 2008/09/17 13:47 #

    박화요비의 발라드에서도 클리핑 음을 듣는 시대인 것입니다...-.-;;
  • focus 2008/09/17 14:10 # 답글

    Dream Theater 의 앨범중 2번째로 접해서 인지 무지 맛갔었던...

    42분 때려주시는 뒷장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습니다..^^
  • bonjo 2008/09/17 14:12 #

    CD 바꿔 넣으며 듣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아주 매력덩어리 앨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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