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Windows - Rush / 1985 ▪ CDs

Heavy Metal 음악에 한참 빠져있던 당시 제 음악 감상 인생에 갑자기 뛰어들어 Rush를 개인적인 최고의 밴드로 만들어준 앨범 입니다. 프로그램 명이 확실히 기억이 안나는데 TV에서 주말마다 김광한씨가 나와서 해외 팝계 동향을 소개해 주고 뮤직 비디오 한 곡을 틀어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음악 판도 자체가 LA Metal의 전성기였던지라 메탈 음악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기 때문에 꼭 챙겨서 보고, 비디오에 녹화를 해서 모으기도 했는데요, 어느날 Rush 라는 그룹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틀어준 곡이 바로 이 앨범의 오프닝 트랙 'Big Money'였습니다.
시커먼 가죽옷에 험상궂은 분위기로 악기들을 긁어대는 Metal 음악과는 달리 듀란듀란스러운 뉴웨이브식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한 인간들이 나와서는 어라 이게 뭐냐 싶은 음악을 연주하는 겁니다. 마이너 코드를 험악하게 긁어대는 기타도 없고, 연신 밟아대는 트윈 베이스도 없지만 뭔가 묘한 박자로 두들기는 드럼, 게다가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 세상에 저런 베이스 연주는 처음 봤다! 였습니다. 지금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는 음악을 듣는 폭이 더욱 좁았기 때문에 Geddy Lee의 베이스 소리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게다가 저토록 적절한 키보드라니!!!
아무튼 이 앨범으로 Rush 최고!(추성훈 패러디;;)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Rush의 첫 음반"이라 그런지 다들 명반이라 꼽지도 않고, 러쉬를 왠만큼 좋아하는 사람들도 '가장 좋아하는 음반'으로 잘 꼽지 않는 이 음반이 저에겐 최고의 Rush 음반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앨범은 라이브 명반 [Exit...Stage Left]로 대곡 중심 시대를 마치고 이상한 소리(?)를 계속 들려주던 Rush가 신세대 신디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는 이전에 비해 뒤로 빠져서 리버브가 많이 걸린 상태로 공간을 확보하고 베이스와 키보드가 전면에 나서서 음악을 끌고가는 방식인데, 이후 Rush는 비슷한 편곡&믹싱 컨셉으로 앨범들을 양산해 냅니다. 
이것은 기존의 무대에서의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방식을 벗어날 수 있는 시퀀서의 개발&도입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Exit...Stage Left"(1981)와 그 다음 라이브인 앨범인 "A Show of Hands"(1989)의 영상을 비교해 보면 Geddy Lee가 키보드를 직접 연주하는 경우는 대폭 줄었지만 신디사이저 소리 자체는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녹음기 틀어놓고 하는 것은 아니고-.-; 각 필요 악절마다 시퀀서의 트리거를 작동시키는 방식인 것이죠. 다른 밴드들이 쓰는 방법으로 녹음을 튼다든지 무대 뒷편에서 객원 연주자가 연주를 해준다든지 하는 편법을 쓰지 않는 것은 Rush가 갖는 자존심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Big Money



[사족]
Rush 만큼 우리나라 환경에서 지명도 대비 인기도가 낮은 밴드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지명도야 워낙 고참급 밴드이고 Dream Theater나 Queensryche등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Progressive Metal 밴드들이 소개될 때마다 약방에 감초 끼듯 Rush 이름을 주워 섬겼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요. 딱히 장르가 이쪽이 아니라고 해도 Canada 출신의 아티스트만 나와도 Canada 음악계를 설명할 때도 Rush는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 고로 락 음악이나 메탈, 하다못해 팝이라도 좀 깊숙히 듣는 사람들은 Rush라는 이름은 다들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알긴 아는데 많이 들어보진 못했다, 라든지 몇번 들어보긴 했는데...라든지, XXX 앨범은 갖고있긴 한데 잘 모르겠다. 이런 반응이지요. 비슷한 연배들의 고참 밴드들이 왠만하면 아 저는 그 밴드의 어떤 곡을 좋아해요 라는 반응을 받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인색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원인을 개인적으로는 "킬러 타이틀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경륜이 쌓여있는 밴드들을 소개하거나 소개 받을 때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있는 어느 한 곡을 매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Led Zeppellin을 소개하기 위해서 "Stairway to Heaven"이, Ozzy Osbourne을 소개하기 위해서 "Mr. Crowley"이 동원되는 방식 말이지요.
그런데 Rush를 소개할 때는 그럴만한 곡이 없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다른 밴드들도 그러한 면이 있겠지만, 한 곡으로 밴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Rush란 덩치는 30여년간 음악적인 변화도 많았고 딱 꼬집어 Rush를 특징지을 만한 곡이 부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주로 하게 되는 소개가 "[Exit...Stage Left]를 들어봐 라이브인데 죽여줘" 라든지, "[2112] 앨범을 들어봐 컨셉 앨범인데 초기 러쉬를 잘 보여주지", "Best 앨범은 없냐?", "있기는 한데 베스트 들어서는 잘 모를텐데...-.-;;" 뭐 이런 식이지요.
실제로 예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서 방문자 한 분이 Rush 좋은 곡을 소개해달라고, 자기는 밝은 분위기 곡이 좋다고 하셔서, 좀 업템포의 밝은 곡을 몇 곡 찝어드렸더니 돌아온 반응이 U2 아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딱한 대접을 받는 전설적 슈퍼 밴드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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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젊은미소 2008/08/14 13:06 # 답글

    크, 저도 정말 존경하는 밴드입니다. 2002년 컴백 앨범 Vapor Trails 투어때 없는 살림에 와이프 몰래 표를 샀다가 엄청 혼났지만 꿋꿋이 한시간 반을 달려가서 보고 왔던 추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아직도 와이프의 단골 메뉴라는. ^^;;

    전 Exit Stage Left 하고 Moving Pictures로 러쉬를 처음 접하고는 완전히 빠져들어서 2112, A Farewell to Kings, Hemisphere, Permanent Waves 등등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들었던 쪽이기 때문에 사실은 Power Window부터 러쉬에서 멀어졌답니다. -_-;; 2112부터 Grace Under Pressure까지가 전성기였다고 생각하는 학파에 속한다고나 할까요?

    러쉬가 우리나라에는 거의 어필을 못한다는 거야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데요, 생각 밖으로 미국서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는 것이.. 이 대단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여태 락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을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저명한 롤링 스톤지에도 이번호에 실린 기사가 최초(!!)라는 사실. 이런 걸 보면 골수파 팬들의 충성도는 정말 높지만 러쉬 특유의 스타일을 접수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예 이런 밴드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미국은 많은 음악팬들이 러쉬를 알고는 있지만 U2나 롤링 스톤즈 같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대중적 어필은 없는 뭐 그런 분위기인듯. 아무래도 닐 피어트 특유의 가사 덕(?)인 것 같습니다만.

    그건 그렇고.. 기타 히어로 2에 보면 러쉬의 YYZ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기타 (컨트롤러)를 들고 러쉬 음악에 맞춰서 헤드 뱅잉하는 재미가 아주 솔솔합니다. ^^;; YYZ, Jessica, Sweet Child O' Mine, Can't You Hear Me Knockin' 등등을 거쳐서 종국에는 Freebird로 대미를 장식!
  • bonjo 2008/08/14 13:47 #

    미국서도 대중적인 인기가 없다니 의외로군요. 기타나 드럼 잡지 등에서 인기투표 하면 늘 상위권 자리를 내주지 않는 연주자들이라 대중적인 인기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골수팬과 연주자들에게만 인기있는 밴드인가 봅니다...-.-;

    저도 러쉬의 예전 곡들을 즐겨 듣기는 듣습니다만, 이상하게 공간감 없는 믹싱에 거부반응이 심해서 주로 새로 녹음된 라이브 버젼으로 즐기는 편입니다..-.-; 바램이 있다면 러쉬 전곡이 라이브 버젼으로 녹음이 되는 것인데, 요전에 나온 [Snakes & Arrows Live]의 경우 이전에 라이브 녹음이 전혀 없던 몇몇 초기 곡들이 실렸더라구요. 얼마나 반갑던지 말이죠.^^;

    그나저나 러쉬 라이브를 직접 보셨다니 너무 부럽습니다...ㅠ.ㅠ

    기타 히어로는 별 관심 없었는데 YYZ 하나에 급 뽐뿌를 받는군요...-.-;;
  • 젊은미소 2008/08/15 00:36 #

    제가 쓴 답글을 다시 읽어봐도 좀 두서가 없는 것 같아서 약간 부연 설명. 미국서 인기 높은 건 맞는데요,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추종하고 특유의 스타일을 접수 못하시는 분들은 완전 생까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앨범 한 두 장이나 싱글 한 두 곡만 좋아하고 이런 중간 계층이 거의 없더라는 그런 얘기.

    밴드 특유의 비르투오소적인 연주력이나 게디 리의 '앙칼진' 보컬도 그렇지만.. 반지의 제왕 같은 팬터지나 공상 과학 등의 주제를 종종 다루는 닐 피어트의 가사 등이 모두 종합되어서 The Ultimate Geek Band라는 밴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락 음악의 스펙트럼에서 머틀리 크루 같은 날날이/양아치 밴드들과는 정반대 선상에 존재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 bonjo 2008/08/15 01:04 #

    아항.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
  • focus 2008/08/14 16:27 # 답글

    2112 너무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전 제가 2112년까지 살아서 유토피아를 만날수 있는줄 착각했었죠..
    2012년이 아닌 2112년 인것을...쩝

    저도 지명도에의해 이들의 음반을 주서 모은 스타일입니다..
    Power Windows 앨범을 주의 깊게 들어봐야 겠네요..


  • bonjo 2008/08/14 17:21 #

    그렇군요 2112년이로군요...-.-;;
    다른 미래 소설 등의 미래에 관한 설정들에 비해 꽤 멀찍하게 잡은 듯 합니다 ^^;;

    [2112] 에서는 2112도 좋지만 Rush에게는 드문 편인 발라드 "Tears"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전에 Dream Theater가 어느 공연에서 부른 것을 들었는데 더 잘부르더군요..-.-;;
    Tears 말고도 [Fly by Night] 앨범의 Rivendell 이라든지 [Signals] 앨범의 Losing It 같은 발라드들도 너무 좋은데 Rush 본인들은 발라드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네요...;
  • 젊은미소 2008/08/16 04:46 #

    bonjo님 덕에 잊고 있었던 러쉬의 발라드 곡들을 새삼 되찾아 들었다는. ^^ 정말 간만에 듣는 Fly By Night 좋군요. 풋풋한 느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성의 예감이 보이는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리벤델, 재너두 이런 노래라 하면 미국서는 금요일 밤에 (데이트 안/못 나가고) 방구석 테이블에 모여 앉아 카드 가지고 하는 롤 플레잉 게임하고 있는, 사회성 좀 부족한 소위 geek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모양입니다. ^^
  • bonjo 2008/08/17 20:19 #

    저는 [Fly By Night] 앨범만 보면 예전에 Dream Theater 내한 때 잼을 하다가 "By-Tor and the Snow Dog"가 튀어나와서 같이 갔던 Rush 광팬 친구랑 "으악~~" 하며 얼싸안고 겅중겅중 뛰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geek이란 표현을 처음 알았습니다. nerd는 몇 번 접해봤습니다만 의미가 약간 다른 듯 하군요.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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