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TV에서 지나치듯 본 뮤비에 Mark Knopfler가 왠 맘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와 기타를 치며 노래는 하는데, 기타 톤이 장난이 아닌지라. 사실 Mark Knopfler 믿고 산 앨범이었지만 Chet Atkins라는 (부끄럽지만) 처음 듣는 이름의 할아버지 기타와 보컬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이후 Chet Atkins의 이력을 살펴보았고, Mark Nopfler에 묻어갈 수준의 노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Chet Atkins는 1940년대에 프로 뮤지션 생활을 시작하여 2001년 사망할 때까지, 서서히 잊혀져 간 것이 아니라 끝까지 기타를 놓지 않고 연주자로 살았던 멋진 아티스트입니다. Mark Knopfler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들이 Chet Atkins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합니다. WikiPedia 같은 곳에서 Chet Atkins의 디스코그라피를 검색해 보면 뒤로 넘어갈 지경입니다. 단순히 작품이 많다는 것을 넘어서서 50년 가량의 시간에 걸쳐 작품을 꾸준히 쌓아올린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Chet Atkins와 Mark Knopfler는, 무리하지 않는 연주, 희미하면서도 표정이 확실한 음색 등, 기타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비슷하여 두 대의 기타 연주의 어울림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시종일관 오버하지 않는 두 개의 목소리와 기타는 마치 누가 더 희미하게 미소짓는가, 누가 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가 경쟁하는 듯 하지요.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목소리는 너무나 곱고, 그 기타 톤에는 잔잔한 유머가 가득해서 듣는 사람도 그들의 미소를 따라 빙긋이 웃게 만들어 주는 아주 훌륭한 녹음입니다.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이건 평소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건 납득시킬 수 있는 거장들의 아우라가 차고도 넘치는 멋들어진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컨트리라는 장르에 갇혀서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를 이 앨범을 통해 이렇게라도 만난 것이 참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 2008/08/07 23:30
- bonjo6z.egloos.com/4538199
- 덧글수 : 2
덧글
focus 2008/08/08 19:12 # 답글
bonjo 2008/08/08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