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 무라카미 하루키 / 윤성원 역 ▪ Books

비교적 최근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또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에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읽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대한 풍광이 머릿속에 대충 그려져 있었다는 것은 무척 행운이었습니다. - 또 읽은 지는 좀 됐지만 로아나를 읽으며 어렴풋이 이미지가 되살아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서의 에코의 이탈리아 묘사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먼 북소리]에서 그리스의 몇몇 마을, 도시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다닌 관광이 아니라 3년간 생활을 하는 작가로서 바라보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풍경은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일 뿐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유럽 여행을 할 기회가 있으면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피하자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그곳에서 만난 마음씨 좋은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묘사도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무작정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비난 일변도로 일관하는 것도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이방인이 가장 현실적으로 이국의 문화와 풍광을 묘사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재미난 것은 그리스를 묘사할 때의 하루키는 그리스인 카잔차키스 같고, 이탈리아를 묘사할 때의 하루키에게서는 이탈리아인 에코의 냉소가 슬쩍 보이기도 합니다. 하루키 스스로도 글을 쓸 때의 환경이 글에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만큼,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은 무어라 하더라도 마흔살을 앞두고 떠나 마흔살을 딱 채우고 일본으로 귀국하는 심리 묘사 부분에서는 어쩔수 없는 동질감이랄까. 나도 이렇게 훌쩍 떠나고 싶다. 랄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몇몇 단편만으로만 접했던 하루키의 글빨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으로서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핑백

덧글

  • 젊은미소 2008/08/05 14:08 # 답글

    카잔자키스.. 아주 예전에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읽고 그 강렬함에 매료되어서 그리스인 조르바, 영혼의 자서전을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군요.

    하루키가 이런 책을 낸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하루키 소설 제법 읽었더랬는데요, 다들 재미있었지만 양을 둘러싼 모험하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제일 흥미진진했고 감성적으로는 1973년의 핀볼이 뭐랄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청춘이라는 느낌을 잘 포착한 것 같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카메론 크로우의 올모스트 페이모스도 1973년이 배경이군요..
  • bonjo 2008/08/05 14:38 #

    카잔차키스 카잔차키스 외국인 이름 외우기 쉽지 않지만, 유난히 잘 안외워지는 이름 인 것 같습니다.-.-;;
    이윤기씨 번역본 후기에 보면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 조르바의 무대가 되었던 섬을 둘러보고 카잔차키스 기념비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 하루키의 그리스 여행기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렇고, 참 볼 것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좀 긴 여정으로 그리스를 방문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도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와 같이 발표된 것이니 20년 정도 된 샘이죠. 이 책에 실린 3년간 이 두 권의 장편을 썼더라구요. 저는 하루키는 이 책이 처음이고요...-.-;; 왠지 그냥 하루키를 읽어보자! 하는 생각에 이놈을 골랐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책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하니까 마누라가 처녀때 읽었던 하루키 책 몇 권을 꺼내주네요. 마누라가 내준 책들과 젊은미소님의 하루키 리스트도 모아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