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팝계에 가장 큰 이슈는 Asia라는 슈퍼그룹의 결성이었습니다. 내노라 하는 거대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슈퍼 연주자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음악적 성향이 그들이 원래 하던 프로그레시브/아트락이 아니라 듣기 쉬운 소프트락이었다는 것이 또 큰 이야기거리였지요. 당시 양노래를 막 듣기 시작하면서 마이클젝슨, 듀런듀런 등의 이름을 외던 저는 Asia 덕에 양질의 락 음악을 접할 수 있었지요. 음악에 대해 뭐가 뭔지 잘 모르던 당시 저의 귀에도 이들의 음악은 뭔가 남다른 면이 있다는 것은 쉽게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2집 앨범 이후 기타리스트 Steve Howe의 탈퇴, 3집 이후 프론트맨 John Wetton의 탈퇴 이후 Asia는 사실상 기본적인 골격을 잃은 샘이었습니다. 이후로 Geoffrey Downes가 다른 맴버들을 충당해가며 Asia의 이름을 유지하며 음반을 꾸준히 발매해 왔지만 개인적으로 John Wetton의 목소리가 빠져버린 Asia를 Asia라고 인정해주기는 힘들었습니다...-.-; (보컬 밴드에 있어서 보컬이 바뀌면서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Yngwie Malmsteen 같은 경우는 참 대단한 것 같군요.)
아무튼, 그렇게 유명무실해져버렸던 슈퍼밴드 Asia가 20년을 넘어 컴백을 했습니다. 그 전에도 조짐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Icon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로 John Wetton과 Geoffrey Downes는 앨범작업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지요. 작곡과 곡전체의 분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던 맴버인 Geoffrey와, 일단 귀에 제일먼저 들어오는 목소리가 만났으니 이건 거진 절반 이상 Asia였습니다.
Asia의 부활을 이야기 하는데 Icon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부활한 원년맴버 Asia의 앨범 [Phoenix]는, Asia의 2집 [Alpha]의 뒤에 놓여지는 앨범이 아니라 Icon의 2집 [Rubicon] 뒤에 놓여지는 것이 음악적인 납득이 쉽기 때문입니다.
Asia, Alpha 앨범의 분위기를 기대하면 실망감이 클지도 모릅니다. 이미 Asia의 이름을 지키며 20년의 세월을 지내온 Geffrey에겐 그 세월 만큼의 음악적인 이력이 고스란히 간직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네명의 맴버가 함께 한 작업이기 때문에 Geoff의 개인작업이나 Icon의 작업과는 다르긴 합니다. 멀리서 보면 일단 John Wetton의 목소리와 귀에 익은 작곡방식 덕에 거대한 이등변 삼각형이 보이기는 한다는 것이죠. 다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면 예전의 그 Asia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몇 몇 곡에서는 예전의 Asia의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실망할 일도, 그 존재를 부정할 일도 아닙니다. 그 시절의 그들에겐 그 때의 음악이 있는 것이고 지금의 Asia에겐 지금의 음악이 있는 것입니다.
덧글
focus 2008/05/23 12:49 # 답글
왕 기대중~
bonjo 2008/05/23 13:20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