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혁의 라디오 프로에서 줄창 틀어주던 Lion이란 밴드의 "In the Name of Love"라는 곡이 있었습니다. 라디오 프로 청취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고 프로의 진행자였던 전영혁씨도 마음에 들었는지 무척 자주 듣게되는 곡이었죠. 근데 이상한 것이, 그정도 틀어준다면 Lion의 다른 곡들도 소개를 해 줄 법도 한데 오로지 'In The Name of Love'만 틀어주는겁니다...-.-;; 그저 그런가부다 하고 있었던 와중에 당시 음반 수집가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새로운 미디어가 보급되기 시작했지요.
이름하여 칼라빽판! 두둥!!!
당시는 MP3같은 음원은 커녕 CD도 개발되기 전이었고 일반적인 미디어는 TAPE 였고 음악 좀 듣는다, 수집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LP를 모으던 시절이었지요. LP도 등급이 나누어졌는데 그 중 최고는 당연히 미쿡이나 일본에서 건너온 수입 원판이었고 그 다음이 국내 라이센스반, (라이센스반과 원판과의 음질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그 다음은 라이센스되지 않은 원판들을 불법으로 복사해서 파는 빽판이 있었습니다. 이 빽판은 음질도 개판이지만;; 자켓과 레코드 판 자체에 붙어있는 레이블은 대충 복사해서 붙인 종이쪼가리라 뽀대가 안났습니다...-.-; (복사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이니...아마 인쇄용 카메라로 찍어서 인쇄를 돌린 듯 합니다)
하여튼.
칼라 빽판이란 것이 무엇이냐. 하면 자켓과 레이블을 원판과 똑같이 칼라로 카피를 한 물건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점이 국내에 스캐너라는 물건이 들어와서 칼라 인쇄물을 스캔해 인쇄용 필름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간소화 된, 말하자면 인쇄 혁명이 일어난 즈음이로군요. (제 부친이 이쪽 일을 하고 계셨던 덕에 그쪽 바닥의 연혁을 대충 압니다)
아무튼 자켓과 레이블이 칼라가 되었다. 뽀대 난다 이거죠. 껍데기가 칼라면 음색도 칼라냐! 물론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피그말리온 효과인지 칼라 빽판은 왠지 라이센스 음반과 일반 빽판의 사이 그 어딘가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듯한 묘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죠. 가격은 그 사이 맞았습니다만..-.-;
칼라 빽판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왔냐 하면, 당시 발매된 칼라 빽판 중에 "왜 전영혁 아자씨는 Lion의 다른 노래를 틀어주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의 답이 있었던 것입니다. 앨범명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말하자면 샘플러죠. 당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던 신인 메탈그룹들의 뜰만한 곡들을 모은 샘플러음반이 컬러 빽판으로 발매되었고 그 앨범에는 Lion 외에도 전영혁 아자씨가 우리들에게 소개해준 주옥같은 곡들이 줄줄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곤 얼마 안되서 바로 LION의! 정규 앨범 [Dangerous Attraction]이 칼라빽판으로 발매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날아갈 듯이 좋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음악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 틱틱거리는 잡음들은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듣고 듣고 또 듣고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고... 그 이후 몇 년 뒤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CD로 다시 구입을 하고, 칼라 빽판들은 폐기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모아뒀으면 추억이고 나름 보물일텐데 공간이 좁다고 CD로 모으면서 버리거나 남 줘버린 LP들이 참 아깝네요...ㅠ.ㅜ
지금 들어봐도 참 세련되고 좋은 음악입니다. 작곡 자체도 참 좋고, Kal Swan의 보컬이나 Doug Aldrich의 기타는 음색 자체가 당시 풍미하던 LA 메탈의 비슷비슷한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요 다음 앨범인 [Trouble in the Angel City]의 자켓을 보면 영국 국기와 미국 국기를 함께 그려넣은 것을 볼때 Kal Swan의 출신(영국) 자체를 강조해 미국 메탈과 브리티쉬 락의 결합이라는 식의 마케팅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Kal의 보컬은 Iron Maiden의 Bruce Bickinson과 매우 흡사하기도 하고, 처음 드러머인 Mark Edward가 Doug에게 밴드를 권하면서 Kal에 대해 "David Coverdale처럼 노래하는 보컬이 있는데 같이 일 안해볼래?" 하고 소개를 했다고 합니다. -앨범 부클릿의 Doug의 회상 중-
Doug의 기타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귀에 콕콕 박히면서도 혀를 내두를만한 정교하고 민첩한 테크닉도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일이 점차 변해서 -그러고 보니 20년이 넘은 것이군요...-.-; 지금은 좀더 음표수도 많아지고 트리키한 레가토 플레이가 강조되는 편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Lion 시절이나 좀 더 가더라도 BMR의 [Blood]정도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물론 지금의 그의 기타도 저에겐 Best of the Best입니다.
제가 드러머가 아니라 어떤 드럼이 잘치는 드럼인지는 모릅니다만;; Mark Edwards도 데뷔 당시 상당히 호평을 받은 드러머였다고 합니다. 잘 알려져있는 이력으로, Yngwie Malmsteen이 미국으로 처음 건너가 녹음한 밴드 Steeler의 드러머가 바로 Mark Edwards죠. -사실상 Lion을 만든 당사자도 Mark였고, 밴드가 해산하게 된 계기도 Mark의 교통사고입니다-
베이시스트 Jerry Best는 잘치는 건지 잘 모르겠...-.-;;
아무튼 빽판을 모으던 시절까지 20년 넘는 시간여행이라...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Powerlove
덧글
켄지 2008/05/10 08:05 # 답글
bonjo 2008/05/10 11:44 # 답글
좋은계절 2008/05/10 20:17 # 삭제 답글
젊은미소 2008/05/11 06:56 # 답글
bonjo 2008/05/12 14:11 # 답글
개성과 음악 수준 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 받을만한 밴드였는데, 충분히 인기를 얻기에 명이 너무 짧았죠. 정식 2집 내고 Mark Edwards 부상 당하고 바로 해산해버렸으니까요..-.-;; 게다가 BMR로 재정비해서 출발하니 어느덧 헤비메탈의 몰락..;; 아무튼 참 안타깝습니다. Kal Swan과 Mark Edwards는 Doug Aldrich 솔로앨범이었던가 부클릿을 보니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고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Whitesnake 오면 더 바랄것이 없을 것 같아요.
젊은미소
재미난 것은 전영혁씨가 몇 번 틀어주면 칼라빽판으로 발매된다는 것이었죠.
좀 더 대중성을 갖춘 경우에는 라이센스로도 나오고 말이죠.
예전에 전영혁씨 프로에 어떤 청취자가 "XXX 신보 꼭 국내 발매되게 해주세요" 라고 사연을 써서 보냈던 것도 기억나네요..^^;;
요안나 2008/09/29 17:39 # 삭제 답글
최근 소식은 없지만 그래도 요런 리뷰접하니 넘넘 기쁘네요~~~
bonjo 2008/09/29 20:07 #
'비디오 제작회사에서 일하며 솔로앨범을 준비중'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 정보가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네요 ^^;;